내일시론

윤석열 수사, 검찰에 맡겨도 되나

2025-04-14 13:00:01 게재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남은 운명은 이제 그의 ‘친정’인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공소유지와 불소추 특권 상실로 가능해진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의 상당부분이 검찰 몫이다. 검찰로서는 윤 대통령이 벌인 내란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의 다른 잘못도 엄정하게 수사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윤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 소환설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 부부 앞에서만 검찰의 칼날이 무뎌지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유독 윤 전 대통령 부부 앞에서 약해지는 검찰수사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대표적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로부터 무상으로 불법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2022년 6월 1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창원지검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명씨 관련 사건의 수사의뢰를 받은 건 2023년 12월, 검찰은 이미 지난해 4월경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연루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작년 9월 언론보도로 수사가 본격화되기까지 반년 가까이 사건을 방치했던 셈이다.

뒤늦게 본격화된 수사도 이상하리만치 허술했다. ‘뒷북’ 압수수색으로 핵심증거가 담긴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확보에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명씨가 직접 제출해 황금폰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 그랬다”는 등의 윤 전 대통령의 육성, “당선인이 자기 이름 팔지 말고 그냥 밀으라고 했다”는 김 여사의 육성까지 공개됐지만 검찰의 공천개입 수사는 진전이 없었다. 불소추 특권이 있었던 윤 전 대통령이야 그렇다 쳐도 김 여사에 대해선 조사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사실 검찰이 김 여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명품가방 수수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잇달아 불기소처분해 국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검찰은 김 여사를 딱 한번 대면조사했는데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소속 보안시설에서 검사들이 휴대폰까지 제출하고 들어가 조사해 ‘황제조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12.3 내란사태 수사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검찰은 12.3 비상계엄 직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등과 수사권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대에 세운 것도 검찰이었다. 딱 여기까지였다.

검찰수사는 내란 당시 대통령실과 경호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까지 나아가지 않았다. 내란의 진상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선 내란 가담자들의 연락수단으로 활용된 비화폰에 대한 수사가 꼭 필요한데도 정작 비화폰 서버 확보를 위한 경찰 수사에는 비협조로 일관했다.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가로막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세 번이나 되돌려 보냈다. 경찰이 서울고검에 영장심의를 신청하고 영장심의위가 ‘영장 청구 적정’ 결론을 내리고서야 김 차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한명의 검사도 보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재구속이 신뢰회복의 첫걸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풀어주는 과정도 의심쩍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법원이 두번이나 구속연장을 불허했음에도 곧장 기소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전국 검사장 회의까지 소집했고 이는 법원이 구속기간을 도과해 기소했다며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하는 빌미가 됐다. 법원이 갑작스레 구속기간 산정단위를 ‘날’에서 ‘시간’으로 바꾼 탓이 크지만 결과적으로 구속기간을 넘긴 책임은 검찰이 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즉시항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조금이라도 검찰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항소, 상고하는 등 끝까지 절차를 밟던 평소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검찰도 내란 공범”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떨어진 검찰의 명예와 신뢰는 결국 수사로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 전 대통령을 다시 구속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선우 기획특집팀장

이선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