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재판관 지명’ 효력 이번주 결정되나
문형배·이미선 18일 퇴임 전 결정에 무게
헌재, 인사청문회 준비팀도 아직 구성 안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한 행위의 효력 여부가 이번주에 결정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법재판소가 주심 재판관을 지명하고 정식 심리를 시작한 가운데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어서다. 한덕수 대행이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아직 접수하지 않은 것도 헌재의 가처분 결정을 지켜본 뒤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나오면 공지할 계획이다.
헌재 관계자는 14일 “평의일정은 모른다”면서도 “결정이 나오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헌재에 접수된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은 별도의 선고기일을 잡지 않고, 당사자에게 결정문 통지만 한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재판관 후보자 지명의 경우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여서 언론에게 공지하기로 한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과 관련해 위헌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6건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6건을 접수하고 사건 배당을 완료했다.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 만료를 10일 앞둔 지난 8일 이뤄졌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행사한 것이 헌법상 권한을 초과한 월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국회의 인사청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행위가 국회의 인사청문권을 침해하는 국헌문란 행위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해당 헌법소원 및 가처분신청 관련 주심 재판관은 무작위 전자 추첨 방식으로 마은혁 재판관이 맡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주심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헌재법에 따르면,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헌법소원의 법적 요건을 검토한 뒤, 하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재판관 9명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로 사건을 넘긴다. 사전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정식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이는 사전심사 단계에서의 판단에 불과해서 정식 심판에 넘겨지더라도 전원재판부가 법적인 하자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각하할 수 있다. 사전심사 결과만으로 인용·기각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헌재가 평의 등의 구체적 절차 진행 상황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처분신청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탄핵심판과 권한쟁의심판과 달리 필요적 변론준비사건이 아니어서 헌법소원 가처분 사건의 경우 상대적으로 심층적인 법리 검토가 필요하지 않아 한두 차례 평의 이후 곧바로 평결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가 ‘9인 체제’로 첫번째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하지만 오는 19일부터 10일 만에 다시 ‘7인 체제’로 들어가게 되는 것도 가처분신청 결과가 이번 주 나올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재판관들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오는 18일 전에 평의를 집중적으로 열어 이 사건을 심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헌재는 가처분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한 권한대행이 지명한 재판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을 꾸리지 않았다. 이 같은 기류는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전에 가처분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헌재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에 대해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주말을 포함해 나흘 만에 인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 재판관 9인 체제 기준 가처분은 과반인 5명 이상 찬성으로 인용된다. 인용이 이뤄진다면 헌법소원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효력은 정지된다. 심리 속도에 따라 조기 대선 전까지 효력이 정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주 가처분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18일 퇴임하게 돼 ‘7인 체제’에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