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 계엄” 윤석열 또 궤변

2025-04-15 13:00:31 게재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첫 형사재판

헌재 탄핵심판서 인정된 사실도 부정

군 지휘관 “의원 끌어내라 지시” 재확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공소내용은 물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인정된 사실까지 부정하고 나서 주목된다.

윤 전 대통령은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판에서 총 93분간 직접 발언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이 “피고인은 위헌·위법한 포고령에 따라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정당제도 등 헌법과 법률의 기능 소멸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히자 윤 전 대통령은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방송으로 공포해 놓고 국회가 그만두라고 해서 당장 그만두는 몇 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게 도대체 인류 역사에 있는 건지 되묻고 싶다”며 “계엄 실시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이 전권을 갖는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헌재는 이같은 윤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경고성 계엄’ ‘호소형 계엄’은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헌재는 또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판단했다. 시민과 군경 덕분에 계엄이 단기간에 종료된 것이지 윤 전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게 아니라는 것이다. 헌재는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며 계엄 선포 행위가 사법심사에 대상이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헌재에서 탄핵당한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심판 변론 당시 사실과 다른 주장도 펼쳤다.

그는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에 대해 “‘인원’은 군인들이 쓰는 말이고 대통령이 어떻게 인원을 빼내라는 말을 하겠느냐”며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왜곡·조작된 것이 (곽 전 사령관) 입에 배어서 법정에서도 그대로 나와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웃음을 산 건 윤 전 대통령 자신이었다.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적이 없다고 했다가 금방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헌재도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받아들여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윤 전 대통령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방첩사령관은 홍 전 차장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14명에 대한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고 결정문에 적시했으나 이날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딴소리를 했다. 그는 “제가 누구를 체포 지시한 것처럼 일을 만든 것이고 이 거짓말은 헌재에서 자세히 드러난 바 있다”고 했다. 국민들도 지켜본 헌재 탄핵심판 변론 내용까지 왜곡하며 궤변을 이어간 것이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군 지휘관들은 계엄 당시 ‘국회에 진입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재확인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에 진입해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게 맞느냐’는 검사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도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의원들을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걸로 보인다’는 검사 질문에 “네, 그렇다”고 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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