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과제는…“민주주의와 경제성장 공존시켜야”
“중산층 요구 맞는 경제 방향 설정이 중요”
대통령실 개편-기재부 분리-감사원 축소 제안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후원 심포지엄
대선을 49일 앞두고 차기 정부 과제 제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12.3비상계엄 이후 위기감이 높아진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공존시킬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15일 오후 서울사회경제연구소(소장 원승연 명지대 교수)와 한국경제발전학회(회장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민주주의 위기, 한국경제의 위기’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원장 이한주)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후원했다.
구호 외치는 참석자들
발제를 맡은 허석균 중앙대 교수,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혜원 교원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은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였다”며 “명백히 헌법질서를 파기한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세력의 등장은 민주주의 근간인 경제사회적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했다”고 문제제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탄핵 이후에 오히려 상승하는가 하면, 전국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급기야 서부지법 침탈 및 폭력 사태가 일어나는 등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특히 “일부 보수층의 탄핵 반대는 진보 성향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의 의미가 크다”고 분석하고 “민주주의의 안정성 회복을 위해 중산층의 요구에 맞는 경제적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불평등 완화 정책이 이념적 갈등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정책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복지비용 부담과 복지정책 수혜의 불균형에 대한 중산층의 불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는 다른 발제문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억제를 위한 정책이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갈등으로 나타난 점과, 1980년대 구체제적 사고에 갇힌 진보 정부의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경쟁과 혁신의 경제구조 확립, 중산층 기반의 재건, 청년의 미래를 위한 경제환경 조성 등을 3대 경제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경제정책 거버넌스의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은 어느새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진 사회가 됐다”면서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할지에 대한 합의와 실천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 근저에는 정치권과 정부의 무능력이 존재한다고 보고 대통령 중심의 정책 리더십 실패, 관료의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관건으로 봤다.
원 교수 등은 이를 위해 “소내각 형태의 대통령실 조직을 폐기하고 국정과제 기획 및 관련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부처 관련해선 현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부와 재경부로 분리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책임정치 구현과 부처 내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예산 기능과 경제정책 기능의 분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의 정책감사 기능 폐지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들은 “모든 부처에 대한 전문성 한계로 무리한 감사 행태가 지속되어 공무원의 복지부동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감사원 기능을 회계감사로 축소하고, 정치적 목적의 감사를 차단할 수 있도록 통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토론문에서 “12월 4일 계엄 해제부터 4월 4일 대통령 파면까지 넉 달 간의 극심한 정치사회적 갈등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극우 파시즘의 거대한 잠재력은 향후 국내외적 사회환경이 악화될 경우 다시금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파괴하는 강력한 힘으로 등장할 수 있다”면서 “지난 수개월 동안 한국사회는 심각한 민주주의 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산업, 금융, 소득, 주거, 자산, 노동, 복지와 같은 사회경제적 의제를 거의 논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 민주주의가 이번보다 더 중대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절박한 인식을 갖고서 구체적 대안 모색과 실천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