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장엔진 재점화”…중소·벤처 100대 정책제안

2025-04-16 13:00:02 게재

13개 중기단체·3개 학회 공동연구 … 대선후보에 전달 예정

인구부 신설, 규제배심원제 도입, 유사·중복 특구 정비 등 담아

중기 글로벌화 총괄·조정,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 허용 주문

중소·벤처업계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중소기업 정책제언’을 내놓았다.

중소기업단체들은 “눈부시게 성장해온 한국경제가 저성장, 양극화, 혁신성 저하에 직면했다”고 진단하며 “대한민국 성장엔진 재점화를 위해 정책과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책제언은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조업 부흥 △경제생태계 순환 등 3대분야 100대 과제로 구성됐다. 정책제언에는 13개 중소기업단체가 참여했다. 실효성 있는 과제발굴을 위해 중소기업 관련 3개 학회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확대 =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위한 정책과제는 △현실에 맞는 근로시간제도 마련 △예방 중심의 산업재해 감축 지원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및 장기재직 지원 확대 △인구부 신설 △고령인력 계속고용 기반 마련 △규제배심원제 도입 △규제샌드박스 제도 개선 등이다.

규제배심원제 도입은 신산업 관련 규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간 차량공유, 원격진료, 온라인 부동산중개 등 신산업 분야에서 기존 사업자와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갈등으로 진전되지 못하는 경제규제 개선을 위해 한걸음 모델, 규제심판부, 갈등해결형 규제샌드박스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갈등조정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민간주도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갈등규제 안건을 심의하고 개선권고를 통해 혁신기업의 시장진입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혁신산업을 키우지 못하고 기존 산업에만 의존하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근로시간제 개선은 줄곧 요구해온 사안이다. 100대 과제 중 1번에 올릴 만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고 있다. 주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주 단위’ 연장근로제한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수출·제조 중소기업은 수위탁거래가 많아 근로시간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고, 납기가 곧 수주(물량)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집중적인 근로시간 투입이 필요한 생산성 혁신, 해외 경쟁업체와의 기술경쟁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노사의 자율적인 근로시간 선택권 보장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 및 인가신청 지원을 요청했다.

규제샌드박스 제도 개선은 활발한 신산업 진출을 위해 필요하다. 규제샌드박스는 2019년 1월 도입됐다. 기존 법이나 제도로는 신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 정부가 일정 기간 해당 기술을 임시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처음 목적과는 달리 실증 모델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규제특례를 받더라도 이후에 실제 제도개선까지 이어지지 않아 시장진입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실제 2024년 6월 기준으로 규제샌드박스 승인과제 1266건 중 법령정비 등 규제개혁이 마무리된 과제는 308건으로 24%에 불과하다. 인공지능(AI) 등의 신산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신산업 진출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제조업 부흥을 위해 = 제조업 부흥을 위한 과제는 △대통령직속 중소제조업 혁신전환위원회 신설 △중소기업 업종별 AI활용 확산 근거법 제정 △중소기업 글로벌화 총괄·조정 추진 근거 마련 △중소기업 기업승계특별법 제정 △합리적 채무조정을 위한 제3자 구조개선 제도 도입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 허용 등이다.

대통령직속 중소제조업 혁신전환위원회 신설은 최근 급격히 하락하는 중소제조업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다. 한국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경쟁력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 제조부문 중소기업의 생산활동 총합을 나타내는 중소제조업 생산지수는 오히려 후퇴(2015년 104.9→ 2024년 101.7)했다. 중소제조업 위축은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중소기업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화 총괄·조정 필요성도 요구했다.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수출확대가 절실하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역량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여러 정부부처가 구심점이 없이 사업을 추진해 유기적인 협력 부족, 유사·중복사업 수행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원정책을 일관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 채무조정을 위한 제3자 구조개선 제도 도입은 현재 운영되는 구조개선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내수경기 장기침체와 글로벌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법인파산(1940건)과 회생합의(1094) 접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제금융기구(IMF, WB 등)는 기업도산이 급증할 것을 대비해 다양한 구조개선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경영악화에 직면한 중소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공적 구조개선제도인 법정관리(채무자회생법)와 사적 구조개선제도인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촉진법)으로 제한돼 있다.

법정관리는 공정성과 강제력이 보장되나 법원 개입으로 긴 시간이 소요되고 공개절차로 낙인효과가 발생한다. 워크아웃은 신속한 절차 진행과 비공개라는 장점이 있지만 금융채권자 중심 구조개선이어서 중소기업 협상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다. 현행 구조개선제도로는 기업 정상화 확률이 매우 낮다.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 전용 사적 구조개선 제도인 중소기업 활성화 협의회가 중소기업 구조개선을 담당하고 있다. 제3자(협의회)가 협상력과 개선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신해 채권자와 협의하고 맞춤형 구조개선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경제생태계 순환체계 구축 = 경제생태계 순환 분야는 △중소기업협동조합 협의요청권 도입 △불공정거래 중소기업 피해구제기금 도입 △소상공인 유형별 재기 지원 △유사·중복 특구 정비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지방소멸 대응 협업모델로 육성 등의 정책과제를 담았다.

불공정거래 중소기업 피해구제기금 도입은 불공정거래로 추징한 과징금을 피해 중소기업의 구제자금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과징금은 전액 국고로 귀속된다. 피해 중소기업은 개별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돼 피해가 가중된다.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을 통합하면 소상공인 지원과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

소상공인 매출지원을 위한 상품권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한 온누리상품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랑상품권이 대표적이다. 사용대상이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일부 골목형 상점가, 지역상품권은 해당지역 소상공인이다. 이들 상품권은 각각 사용대상 제한과 분산된 지원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유사·중복 특구정비도 주문했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산업 및 경제활성화를 촉진하려 ‘특구제도’를 운영 중이다. 2024년 기준 중소벤처기업부 등 주요 부처 6곳에서 운영되는 특구는 7개다. 하지만 특구산업의 편중과 중복지정, 나눠먹기식 지정으로 인한 차별화와 규모의 경제 미흡, 산업 연계효과 저하 등의 문제점을 노출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수출 주력산업은 물론 반도체 등 첨단 미래산업까지 주요 경쟁국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대한민국 성장엔진 재점화를 위한 ‘정책 경쟁의 장’이 돼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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