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지방의회 혁신 경험, 지역에 쏟아 붓겠다”

2026-04-09 13:00:45 게재

전업주부경력인정조례, 사회재진입 길 터

초·중·고 수세식 화장실 전면교체 이끌어

서울시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 3선 시의원. 그리고 이제는 서초구청장에 도전장을 던진 정치인. 최호정(사진) 서울시의회 의장의 행보는 ‘현장형 입법’이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의장 재임 기간 내내 생활 현장의 문제를 제도화하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는 조례와 정책으로 실현됐다.

자타공인 최 의장의 의장 임기 중 가장 눈에 띄는 입법 성과는 ‘전업주부 경력인정 조례’다. 가사·돌봄 노동을 사회적 경력으로 인정하고, 서울시장 명의의 경력인정서를 발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19년간 전업주부로 살았지만 어디에도 그 경력을 적을 수 없었던 저의 경험이 출발점이었다”며 “가사돌봄을 경력의 공백으로 방치하면 사회 전체가 그 가치를 더 낮게 평가하게 되고, 이는 저출생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여성이자 엄마로서 겪은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공공이 할 일을 찾아 고친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 정치인의 시각이 반영된 또 다른 성과는 교육 현장 개선이다. 서울 전역 초·중·고등학교 내 이른바 ‘쪼그려 앉는 형태’의 수세식 변기(화변기) 2만3057개를 모두 좌변기로 교체하는 사업을 성사시켰다. 최호정 의장은 “교체한 변기 숫자는 서울 전체 초중고등학교 (1320개) 화장실의 약 26%에 달하는 규모”라며 “예산 문제로 미뤄졌던 사안을 교육청과 협의해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부 학교의 현행 유지 요구와 다른 현안에 밀려 십수년간 미뤄지던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지방의회가 앞장서 교육 현장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온 사례로 꼽힌다.

지역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서초구 매헌시민의숲에 유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00만명 이상이 찾은 행사로 자리잡은 이 박람회는 녹지 확대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되는 행사로 알려졌다. 그는 “올 가을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양재시민의숲에서 열리면(봄 박람회는 서울숲), 이후 이 공간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녹지와 경관이 개선될 것”이라며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도시환경을 바꾸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 의장은 다음 무대를 서초구로 설정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청장 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그는 “시의장으로서 25개 자치구를 모두 돌며 축적한 행정 경험과 네트워크, 예산과 정책이 작동하는 구조에 대한 이해 등 그간 쌓은 모든 역량을 지역에 쏟아붓고 싶다”고 말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장애인 전문교육기관인 성진학교 설립을 요청하며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조례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의회 제공

특히 타 자치구의 성공 사례를 서초에 맞게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천구의 신속한 정비사업 지원, 도봉구의 소통 행정, 노원구의 바이오 산업 육성 등 현장에서 확인한 모델을 지역 특성에 맞게 변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행정은 결국 실행력”이라며 “이미 검증된 사례를 어떻게 지역에 맞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서초의 미래 구상도 구체적이다. 8조원 규모의 K호텔 부지 개발, 양재 첨단도심복합물류센터, 약 2만 가구 규모의 서리풀 지구 조성 등 대형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최 의장은 “서초구는 서울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축”이라며 “대형 개발과 생활 행정이 균형을 이루는 도시로 한단계 더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의회에서 축적된 경험을 혁신적인 지역 행정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며 “의회에서 훈련된 많은 인재들이 지방자치 현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행정 혁신, 지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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