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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마가(MAGA) 밀월관계는 끝났는가

2026-04-10 13:00:03 게재

2029년 1월 20일 오전 11시 59분 59초.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미국의 제 47대 대통령 트럼프의 임기는 이 때까지다.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가 선거 다음 해 1월 20일 정오에 시작한다고 연방헌법에 명기되어 있다. 이 시각 전에 대통령 유고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때까지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한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도 잔여 임기는 부통령이 채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지 겨우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 미국 주도로 오랫동안 만들고 유지해 왔던 다자주의적 국제 규범의 훼손, 이란과의 전쟁 유발 등과 같은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물러나는 날이 올 때 즈음에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좀처럼 가늠이 되지 않는다.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반트럼프 민심이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행보는 대외정책 뿐 아니라 국내정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 손발을 맞춘 경험있는 정치인과 관료를 모두 배제하고, 오로지 자신에 대한 충성심의 강도만을 고려해 내각을 꾸렸다.

무분별한 이민 억제 및 추방 정책은 지난 1월 미네소타주에서 이민세관국 직원에 의해 두명의 미국 시민이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낳았다. 이 밖에도 2020년 대통령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면서 진행 중인 연방수사국의 조사, 바이든행정부 때 자신을 수사했던 검사들에 대한 보복 등의 행보를 거침없이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폭주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미국 정치의 일정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는 올해 11월에 있을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연방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중간선거 이후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한다면 입법부에 의한 행정부 견제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4월 현재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면 연방상원 다수당은 공화당, 연방하원 다수당은 민주당이라는 중간선거 결과가 유력하다.

민심이 공화당과 트럼프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징후는 최근 보궐선거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31일 텍사스주 상원 제9선거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테일러 레멧이 57%의 득표율로 당선된 일이 있다. 14%p 차이의 승리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지역에서 2024년 트럼프 후보가 해리스 후보 대비 17%p 더 득표했다는 사실이다. 이 두 수치를 비교해 보면 이 지역에서 불과 2년도 채 안되는 사이에 31%p의 민심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12월 1997년 만에 처음으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으로 민주당 후보가 19%p 차이로 당선되었고, 지난 3월 2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 거처인 마러라고가 위치한 플로리다 주 하원 제 87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바 있다.

민심의 변화가 중간선거에 반영된다고 해도 트럼프행정부의 레임덕을 이끌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없는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권위주의적인 행보는 연방헌법을 고안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마련한 제도의 틀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연방의회 다수당이 공화당임에도 불구하고 정식 입법절차는 우회한 채 행정명령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모습, 사법부의 결정을 즉각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역으로 사법부 통제를 추구하는 모습 등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공화당 내 분화가 변화의 키 역할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의미있는 변화가 생기려면 밖에서부터의 견제보다는 안에서의 분화, 즉 공화당 내에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일군의 정치인들이 세력화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공화당 내의 분화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등에 업고 있는 마가(MAGA) 세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마가 이념은 과거 미국의 주류였던 ‘시골에 살고 교회 다니는 고졸 백인 남성’의 사회적 지위를 회복시켜 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행정부의 정책이 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회복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소수인종, 여성, 엘리트 대학에 대한 공격을 통해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시켜 준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에 의해 미국 정치권의 주류로 자리 잡은 마가세력은 보수이념이라기보다 반동이념이다. 반동은 현재를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보수보다는 진보에 가깝지만 과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지향하는 진보와 다르다.

마가이념은 시장논리에 의해 개방성을 중시했던 전통적인 공화당과 문화 다양성을 추구했던 민주당을 모두 문제시하는 주장이다. 마가세력은 기성 정치권을 “그림자 정부(deep state)”라는 이름으로 폄하하고 이들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백인을 소수인종으로 대체하려고 한다는 음모론을 공유하면서 과거지향적인 정치질서를 만들고자 한다.

이제까지 마가세력과 정치인 트럼프 간의 공생관계는 원만하게 유지되었다. 그러나 트럼프와 마가세력 간의 밀월관계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다. 몇 가지 영역에서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마가세력이 원하지 않는 대외 군사개입을 감행했다. 마가세력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지나치게 개입주의적이어서 평범한 미국인의 복리향상 및 국경보호에 쓸 돈을 전쟁으로 낭비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기존 네오콘(공화당 주류)이나 자유주의자(민주당 주류)들이 주도해 온 민주주의 가치 중심의 세계질서 유지에는 하등의 관심이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미국 우선주의’다. 대외 정책보다 국내 정치를 우선시하는 이들의 눈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계속되는 군사행동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반전(反戰)주의가 민주당 내 버니 샌더스 계열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쟁이 지속된다면 일부 마가 세력이 미국 중하층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주장하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을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가 내 반유대주의 세력 이탈 가능성

마가세력이 분화될 또 한가지 가능성은 ‘백인'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냐는 문제에 있다. 구체적으로 유대인을 미국의 인종정체성을 대표하는 백인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스라엘과 유대인 문제를 둘러싼 마가내부의 분열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쪽에는 작년에 암살된 찰리 커크로 대표되는 친이스라엘 진영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닉 푸엔테스처럼 반유대주의를 설파하는 진영이 맞서고 있다.

반유대주의 진영에서는 소위 '순혈 미국인(Heritage American)’이라는 개념을 내세우면서 유대인을 백인 범주에서 제외한다. 트럼프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손잡고 진행한 이란 침공은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반유대주의에 기반을 둔 일부 마가세력에게 이스라엘과 긴밀한 군사 협력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전쟁 수행을 위한 예산 오남용과 친이스라엘 외교정책 기조라는 두 가지 요인이 2016년부터 줄곧 점진적인 확장세를 보여왔던 마가세력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의 여파로 미국 내 물가상승이 야기되어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짐에도 불구하고 마가세력이 일관되게 트럼프를 지지한다면 마가세력은 소외된 고졸 백인 남성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개선시키겠다는 이념 대신 성차별주의와 인종차별주의로 똘똘 뭉친 일군의 퇴행적 집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과거 미국이 폐쇄적이고 차별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했던 대표적인 시기는 20세기 초다. 현재 역사학자들은 아무도 그때의 미국을 “위대한 나라”라고 여기지 않는다.

하상응 서강대학교 교수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