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이후 미국산 원유수입 비중 매달 가파른 상승

2026-04-10 13:00:08 게재

4월 도착분 23.3% → 5월 56.1% → 6월 66.9% … 6월 도착 예정 중동산 원유는 ‘0’, 미국이 중동산 대체

중동전쟁 이후 미국산 원유수입이 중동산을 급격히 대체하고 있다는 게 유조선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조사로 확인됐다.

산업연구원은 중동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티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 등으로 해상물류요충지(초크포인트)들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글로벌 물류경로가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11일 중동전쟁 중 오만 무산담반도 국경과 가까운 아랍에미리트(UAE) 라스 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 해역의 화물선들 모습. 사진 로이터·연합

◆호르무즈 대체 공급망 불가피 =

10일 글로벌 선박 AIS 데이터를 수집해 원유 가스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의 이동경로를 실시간 추적하는 케플러(Kpler)에 따르면 3월 수입 원유(도착기준) 6430만배럴 중 1800만배럴로 27.9% 비중이던 미국산 원유는 4월(도착 예정분까지 포함) 5410만배럴 중 1260만배럴로 23.3%, 5월 도착예정분 4950만배럴 중 2780만배럴로 56.1%, 6월 도착예정분 2210만배럴 중 1480만배럴로 66.9%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에서 한국까지 유조선 운항기간은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3월 초 미국에서 선적한 원유는 4월 중순 이후 한국에서 하역한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원유공급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2월 28일 중동전쟁이 발발하기 전 선적했던 원유는 3월과 4월초까지 한국으로 들어왔다.

평시 20% 미만이던 미국산 비중이 중동전쟁 이후 폭등한 것이다. 지난해 3월 도착한 원유 중 미국산 비중은 13.1%, 4월 도착분 중 18.3%, 5월 19.4%, 6월 16.6%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5개국 비중은 지난해 3월 63.7%에서 올해 3월 70.7%로 비슷했지만 전쟁 이후 원유 선적이 급격히 줄면서 4월(도착예정분 포함)엔 47.7%로 줄었고 5, 6월 도착 예정분은 각각 16.6%, 0%로 변했다. 평소 70% 비중이던 중동산 원유가 사라진 자리를 미국산이 대체한 모습이다.

미국산 원유 비중이 커지면 원유운송에 필요한 유조선도 두 배 늘어나게 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한국까지 유조선 운항기간이 중동에서 한국으로 운항기간보다 두 배 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쟁 이후 원유 공급망은 분산되고 있다.

전쟁 이후 4월 10일까지는 미국에서 선적한 원유건수는 75건 중 26.7%, 중동 22건(사우디아라비아 11, UAE 10, 카타르 1)으로 29.3%, 기타 44%다. 일시적으로 제재가 해제된 러시아에서도 3건(4%) 선적했다.

서부아프리카 등 대서양권역의 원유 비중도 지난해 6월 14.2%에서 올해 6월 도착 예정분에서 33.03%로 커졌다.

◆소수 해상물류요충지 의존 구조 취약 = 산업연구원은 8일 발행한 산업경제이슈에서 ‘미국-이란 분쟁과 글로벌 물류경로 재편 가능성’을 분석하고 새로운 물류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동전쟁으로 원유공급방에, 후티반군의 홍해 통항 상선에 대한 공격으로 컨테이너해상공급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물동량의 99.7%를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물동량이 집중된 좁은 해협·운하·해로를 뜻하는 해상물류요충지(초크포인트)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초크포인트는 △유럽과의 무역길에서 홍해의 출구인 수에즈 운하 △우리가 유럽으로 수출 시 사용하는 홍해의 입구이자 중동이 유럽으로 에너지를 수출할 때도 쓰이는 밥엘만데브 해협 △중동의 원유무역 출발지인 호르무즈 해협 △동아시아와 중동·인도 사이의 싱가포르 근처 말라카 해협 등이 있다. 이란 국경이 포함된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지역이 전 세계에 에너지를 수출하기 위해 아라비아해로 진입하는 출발 지점이다. 지난해 기준 호르무즈를 통과한 석유는 일평균 약 2000만 배럴로 세계 해상거래 석유의 25%에 해당하고 액화천연가스(LNG)는 연간 약 1120억㎥가 통과해 세계 LNG 거래의 20%를 차지한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콘덴세이트의 약 80%가 아시아로 수입되고 우리나라 원유 수입 중 호르무즈 통과 물량은 약 70%에 이른다. LNG 수입의 중동 비중은 약 15~20%, 나프타 수입의 중동 비중은 약 60%다.

하지만 1984년 이란-이라크 전쟁 중 유조선 공격, 2019년 서방 국가 유조선 나포 및 공격이 있었고 올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전쟁으로 사실상 봉쇄되면서 선박의 광범위한 통항 차질이 발생했다. 전쟁 중 호르무즈 해협은 서방 연계 선박의 통항이 크게 제한되고 중국·인도·러시아·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의 선박만 선별통과됐다.

예멘과 인접한 밥엘만데브 해협은 아덴만과 홍해를 연결하고 수에즈 운하의 남쪽 관문에 준하는 역할을 한다. 개별연안국이 아닌 유럽과 아시아의 제조 물류, 유럽과 중동의 에너지 물류 통행에 중요한 지점이다.

하지만 2023년 말 이후 후티의 선박 공격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미국·영국의 공습과 호송 작전이 이어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불똥이 튀었다. 올해 중동전쟁이 발생한 이후 후티의 추가 공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로 나가는 홍해 길목의 북쪽 관문이다. 2021년 에버기븐호가 운하 가운데서 좌촤하며 길을 막아 6일간 통항이 중단됐다가 열렸지만 그 충격은 수개월에 걸친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졌다. 또, 후티의 홍해 공격으로 선박들이 수에즈운하를 회피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경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를 포함한 말라카 해협은 국가 수준의 분쟁보다는 해적과 선박 무장강도의 위협과 해상교통 혼잡에 따른 충돌사고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해상교통 혼잡으로 인해 싱가포르 인근에서 대형 상선 충돌사고가 반복 발생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도 글로벌 무역에서 주요 초크포인트 중 하나다. 2023~2024년 기후변화와 가뭄으로 운하 가운에 있는 호수의 수위가 낮아져 선박 통항 수를 제한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들 외에도 튀르키예 해협(보스포루스 해협)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카자흐스탄 등의 국가가 원유 곡물 금속을 유럽이나 세계로 수출하는 길목이고, 지브롤터 해협은 지중해와 대서양 사이의 출입문으로 스페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와의 무역에 주로 사용된다.

산업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흑해 곡물수출 경로의 불안정화까지 겹치면서 에너지·곡물·제조업 물류가 지정학적 충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구조적 패턴이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특히 미국-이란 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이 홍해와 수에즈를 포함한 중동 인근 해상물류 병목지점의 전략적 취약성을 다시 부각시켰다고 지적하고 이는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과 제조업 수출입을 모두 해상물류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에 구조적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는 러시아산 가스를 독일로 수송하던 노드스트림 가스관이 2022년 수중 폭발로 파손됐고, 2023년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드론 미사일 등으로 공격했다. 미국과 이란의 중동전쟁에서도 이란은 이스라엘이나 미군기지뿐만 아니라 걸프지역 에너지·항만·선박에 대한 저가형 기뢰·드론·미사일 공격을 확대하고있다.

연구원은 “일련의 초크포인트 공격은 일회적 위기가 아닌 구조적 추세”라며 “저비용 폭탄·드론·미사일의 확산은 기술적으로 비가역적이며, 국가 간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해상 초크포인트를 마비시킬 수 있는 비대칭 공격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소수의 초크포인트에 집중된 글로벌 물류 구조는 분산형 공격에 체계적으로 취약하다며 ‘인도-중동-유럽을 잇는 경제회랑’(IMEC)으로 해상물류경로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북극항로도 수에즈운하-밥엘만데브해협-말라카해협 또는 페르시아만-호르무즈해협-말라카해협으로 이어지는 남방항로를 보완하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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