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쟁과 격변의 시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복합 전략
세계가 동시에 두 개의 지역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에서 전쟁은 결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에 파병되면서 우리 안보 우려를 키웠고 이란전쟁은 호르무즈 해협을 흔들며 우리의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에 잇따라 충격을 주고 있다.
한반도는 이미 세계적 안보 소용돌이의 영향권 안에 들어와 있다. 우리가 풀어야 할 핵심 질문은 한국이 이 격변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것인가, 아니면 강대국의 결정만 기다릴 것인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2주간 조건부 휴전과 교섭을 수용함으로써 미-이란 전쟁의 흐름을 협상국면으로 일단 전환시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교체 목표 대신 이란의 전략적 약화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라는 차선의 성과로 종전 ‘출구’를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동국면이 일단락되면 트럼프의 외교적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 과제로 이동할 것이다. 1기 행정부 이래 미북 고위급 대화에 대한 트럼프의 개인적 관심은 일관되어 왔다. 중간선거 전후 외교적 성과 도출과 미러 간 전략적 조정으로 러시아의 대북 지원이 이완되는 변화가 맞물릴 경우 트럼프 주도로 대북 국면 전환의 창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미-이란 협상국면 다음은 한반도 차례
이러한 대북 국면 전환과 동맹 강화 요구에 대비해 우리는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 워싱턴의 기류는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미 간에 약속한 3500억달러의 실질적 투자 협력이 얼마나 신속히 이행되느냐에 따라 한국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대미투자특별법은 이를 향한 첫걸음이었다. 이제 관건은 그 내용을 어떻게 내실 있게 채우느냐다.
일본이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약속한 5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중 지난해 1차로 360억달러, 올해 3월 730억달러 규모의 핵심 사업을 각각 발표했다. 이 사업의 첫째 유형은 ‘대출·신용공여형’이다. 660억달러 규모의 가스 발전 시설 3건이 이 방식으로 추진된다. 일본은 이자 수익을 얻겠지만 고용 창출 기술 협력 공급망 통합 측면에서 효과는 제한적이다.
두번째 유형은 ‘산업 참여형’이다. 400억달러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미일 합작 기업인 GE-히타치가 사업의 중심에 서고 일본의 제조·공급망도 활용된다. 일본은 투자 수익과 함께 자국 산업을 공급망을 통해 미국 경제와 결합시키려 한다.
우리의 전략은 단순 자금 제공자가 아니라 우리의 기술과 제조 역량을 유지하면서 미국 현지 제조 수요와 결합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유망한 경로 중 하나가 원전 진출 사업이다. 우리 원전산업체가 보유한 검증된 설계·조달·시공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원전 부흥에서 한국이 공동투자를 통해 사업 파트너로 참여하고 공동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산업의 피폐화 위험을 방지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물론 노형문제, 지분구조, 건설 리스크 배분 사업성 확보 등 복잡한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 과제들을 고도의 창의적 전략으로 풀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서도 호혜적 파트너로서 미국과 보다 원활한 입장 조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 빈발해지는 불안정한 국제 환경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복합 전략은 세 축의 상호 강화다. 첫째, 군사적 억제력 유지와 소통채널 구축이다. 한미 확장억제와 맞춤형 억제 전략은 흔들림 없이 발전시켜야 한다. 북한 전술핵 지휘 구조가 다층화되는 현실에서 억제력을 유지하는 한편 우발적 충돌 위험을 줄이고 관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
미국 제조업 활성화와 호혜적 파트너십 필요
둘째, 한미 간 산업 협력을 통한 동맹 심화다. 조선 반도체 AI 핵심광물과 함께 원전을 활용한 한미 산업 파트너십은 상호 인적·물적 협력 기반을 두텁게 할 수 있다. 미국 제조업 활성화의 호혜적 파트너가 될 때 한국은 워싱턴의 전략적 이해 속에 더 깊이 자리잡을 수 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지원 문제로 불편해진 트럼프의 동맹관을 교정하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다.
셋째, 주변국 외교의 병행 강화다. 한일 정상 교류와 한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 관리의 초석을 놓았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를 내다본 대러 채널 모색에 대해 실용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세 축이 맞물릴 때 한반도 평화는 군사적 억제라는 단선 구조를 넘어 외교와 산업이 함께 떠받치는 복합 구조 위에 설 수 있다. 격변의 시기에 한미 간 상호 이해를 존중하는 전략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신속히 실행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