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지역주의 벽 넘는 김부겸, 대구는 변화 선택할까
6.3 지방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 확정이 속속 이어지는 가운데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10일 현재 민주당은 서울 등 9개 지역 후보를 확정했고, 국힘은 인천 등 7곳 후보를 확정했다.
양당 내부 사정과 경선 일정 차이로 주요 접전 지역의 대결구도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은 단연 대구시장 선거다. 도전의 정치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보수의 아성이자 자신이 고등학교를 다니기도 한 이곳에서 다시 도전의 깃발을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변의 권유와 오랜 숙고 끝에 이뤄진 그의 대구시장 도전은 단순한 지방권력 경쟁이 아니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구조인 지역주의와, 청년 유출과 산업 침체로 상징되는 지역 소멸이라는 이중의 위기를 동시에 겨누고 있다.
김부겸이 출마선언에서 밝힌 대로 “대구를 떠난 아들딸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겠다”는 그의 메시지는 감성적 호소를 넘어 대구라는 지역의 존립, 나아가 한국 정치의 미래를 묻는 질문이다.
정치 지형 변화의 바로미터
김부겸 후보의 정치 여정은 곧 지역주의와의 싸움이었다. 2012년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낙선했지만 물러서지 않았고, 2016년 수성갑 당선으로 지역구도에 균열을 낸 상징적 인물이 됐다. 특정 정당의 독점이 당연시되던 지역에서도 유권자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2020년 낙선 이후에도 정치적 위상은 오히려 확장됐다. 통합형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와 행정능력을 인정받아 국무총리에 발탁됐고, 재임 기간 이념을 넘어선 안정적 국정운영으로 비교적 폭넓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제 ‘도전하는 정치인’을 넘어 ‘검증된 행정가’라는 자산을 갖게 됐다.
대구는 일제 강점기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화운동에서 보듯 저항과 변화의 에너지가 살아 숨쉬는 도시였다. 해방 이후까지도 그런 진보적 흐름은 이어졌다.
그러나 박정희 장기 집권 이후 권위주의 정권이 이어지면서 보수정치의 핵심 텃밭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금의 대구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김부겸의 대구시장 재도전은 정치적 의미와 파장이 만만치 않다. 보수의 심장을 자임하는 대구의 지역정서는 위기감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정치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반성과 보수 전략 재편을 요구하는 내부 변화의 기류가 상당하다는 것도 분명하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역 확장의 시험대이자 통합정치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다. 이번 선거는 ‘정당 대 정당’ 구도를 넘어 ‘지역주의 대 인물 경쟁’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이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사이의 간극, 보수 지지층의 막판 결집, 정치적 정체성에 기반한 투표 성향 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가 김부겸에게 유리하게 나오지만 실제 투표장에서 대구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이어질지는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분명하다. 김부겸이 일관되게 보여온 ‘통합의 정치’가 대구 지역정서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한국 정치의 방향 가는하는 신호일 수도
분열과 진영 대립이 심화한 시대에 그는 여전히 대화와 타협, 공존을 말한다. 이는 단기적 승부를 넘어 한국 정치의 방향을 묻는 선택이다. 또한 대구가 묻지마 보수의 정서적 관성을 벗어나 합리적 보수로 탈바꿈해 갈 수도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듯이 대구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통합정치와 지역주의 청산, 합리적 보수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다.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가, 지방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그리고 한국 정치가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의 한국정치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을 묻는다. 김부겸의 이번 도전은 이 질문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