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피해지원금 ‘5월 중 지급’ 가능할까
선별대상·지급시기 미확정…“지급 직후 효과 가장 커”
지난해 예산 확정 후 80일만에 ‘선별 지급’ 실행
“소득기준 산정 등 사전 준비 신속히 이행해야”
박홍근 “취약계층 4월, 하위 70% 5월 지급 목표”
정부가 고유가피해지원금을 5월 중 모두 지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아직 고유가피해지원금 지원 대상을 구체적으로 선별하지 않은데다 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같은 ‘선별지급’의 경우 예산 통과 이후 80일이나 걸렸다.
9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경분석보고서를 통해 “고유가피해지원금 2차 지급의 경우 소득 수준 확인 등 선별에 필요한 행정 절차로 인해 실제 지급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활용해 대상자 조기 확정이 가능한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및 기초생활수급자(321만명)에게 1차 지급을 먼저 끝내고 소득하위 70% 이하 가구 중 이에 해당하지 않는 약 3256만명은 건강보험료를 근거로 한 소득기준 산정을 거쳐 이후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선별 지급’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2020년 재난지원금은 예산확정 후 만 11일만에 최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반면 2021년 코로나19 상생지원금은 가구소득 기준 하위 80%를 선별하는 데에만 45일이 걸렸다. 지난해 민생회복지원금은 1차로 전 국민에게 주고, 2차로 하위 90%에 선별해 지급했는데 1차 ‘보편 지급’은 만 17일 만에 시작된 반면 ‘선별 지급’은 예산이 확정된 후 80일이 지난 뒤에야 이뤄질 수 있었다.
보고서는 “2025년에는 1차 지급 후 상위 10%를 구분해 2차 신청을 접수하기까지 만 64일이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소득기준 산정과 선별, 이의신청 처리 등 일련의 행정 과정에도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생지원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대상자 선별 및 지급집행을 최대한 신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취약계층 우선 지급 후 하위 70% 지급 방식은 취약계층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우선시하면서도 지원 범위를 중산층 이하까지 폭넓게 확대하려는 정책적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2차 지급 대상자 역시 중동 전쟁에 의한 유가 및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로 차상위·기초생활수급자 못지않은 가계 부담을 현재 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만큼, 지원금이 적시에 집행되지 못할 경우 지원의 효과성이 제약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역시 추경 검토보고서를 통해 “‘고유가 피해지원금’사업은 유사사업인 2025년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 추진 당시 예산 확정일과 2차 지급을 위한 최초 신청일 간 상당한 시차(만 80일)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는 고유가 피해 취약계층 보호 및 부담 완화 효과가 적기에 달성될 수 있도록 소득기준 산정 등 사전 준비를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행안위는 “약 6.1조원(국비 4.8조원)의 재원을 투입해 소득하위 70% 국민을 대상으로 신용·체크카드, 지역사랑상품권 등의 형태로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지급 대상, 지급 시기 등 사업 추진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구성될 범정부 차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TF’에서 확정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라며 “하지만 기존 현금 지원성 사업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원금 지급은 지급 직후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적기에 피해지원금 지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속히 사업계획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 추가경정예산안이 제출되었음에도 선별기준, 지급시기 등에 관한 사항 중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어 국회 심의 단계에서 해당 사업의 효과성·타당성 등을 심사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한편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예결위에서 추경안에 포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시기에 대해서는 ‘5월 중 마무리’를 목표로 제시했다. 박 장관은 “추경 처리 직후에 국무회의를 제가 열고, 긴급재정집행점검회의를 11일 바로 열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은 행정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4월 중 지급이 가능할 걸로 보인다. 나머지 국민 중 하위 70%에 대해서는 5월 중 지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