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국제의회연맹(IPU) 사무총장 도전한 전상수 전 입법차장

“비상계엄·코로나 때 검증된 K-전자의회 경험 전수할 것”

2026-04-09 13:00:40 게재

137년 만에 첫 아시아 출신 기대

최종 면접 후 19일 총회에서 표결

“디지털 혁신, 의회 복원력 검증”

전상수 전 입법차장(사진)이 국제의회연맹(IPU) 사무총장에 도전해 주목된다. 137년 만에 아시아 출신 사무총장이 나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전 전 차장은 종이 없는 국회, 전자 청원, 전자 표결, 영상 시스템 등 한국형 전자 의회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고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해 갈등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세계 의회에 K-민주주의를 전파하는 ‘전도사’로 나서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이나 비상계엄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자 의회는 높은 회복력을 보여줬고, 이는 전 전 차장이 IPU 사무총장에 도전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다. IPU는 각국 의회 간 대화와 협력을 위해 설립된 의회 간 국제기구다. 현재 전 세계 183개국 의회와 15개 지역 의회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8일 전 전 차장은 12일 집행위원회 면접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검토하면서 내일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57명의 지원자와 경쟁해 2차에 걸친 심사 과정에서 5명으로 압축된 명단에 들어갔다. 집행위원회는 최종 2명 이상의 후보를 걸러내고, 19일 전 세계 183개 회원국 IPU 대표단은 비밀투표로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하게 된다.

전 전 차장은 1992년 입법고시를 통해 국회에 들어와 국회 사무처 기획조정실장, 의사국장에 이어 정무위·법제사법위 수석전문위원을 거쳤으며 입법차장(차관급)으로 퇴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IPU 사무총장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이번에 계엄령을 해제할 때 전자 의회의 효능감을 확인했다. 안건 상정이나 표결이 전자적으로 이뤄지면서 의회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전자 의회 시스템을 다른 국가들에도 전파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자 의회 등 한국의 의회 제도, K-민주주의를 전 세계와 공유하고 싶어 출마하게 됐다.

●K-민주주의는 어떤 것들을 말하나.

이번에 출마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의회 간 연대’를 제안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지적이 많다. 디지털 혁신은 국회가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 국민동의청원이 만들어지고 그 문턱을 낮춘 것도 디지털 시스템에 의해 가능했다. 이런 방식은 참여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를 가미해 대의제 위기를 막거나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코로나 등 위기 때 의회가 이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전자의회가 되면 투명해진다. 그만큼 공직자의 책임성도 높아진다.

●전자 의회를 만드는 데 참여하지 않았나.

국회 사무처 의사과장으로 일할 때 2005년에 삼성 SDS 사장 출신인 남궁석 국회 사무총장이 왔다. 당시 국회 혁신 방안으로 종이 없는 국회(페이퍼리스 어셈블리)를 시도했다. 그러다 보니 전자표결로 안건을 처리하게 됐고, 의안 시스템을 통해 법안을 접수했다. 안건 처리가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2014년 의사국장 시절엔 IPU 세계 전자의회 총회(World e-parliament conference)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이때 본회의장에서 전자의회 시연을 했다. 아프리카·중남미·동남아·중동 등 개도국 대표자들이 몰려와 전자의회 시스템을 배워 가려고 했다. 입법차장을 할 때는 국민동의청원의 요건을 10만명에서 5만명으로 줄여 전자청원을 활성화하려고 했다. 의회의 문턱을 낮춰 국민의 목소리를 의회가 수렴하는 통로를 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원격 표결을 상임위뿐만 아니라 본회의도 할 수 있도록 국회법에 넣도록 했다. 2015년 기획조정실장 때는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기도 했다. 영상회의실을 세종시와 국회의원회관, 본관 2곳 등에 설치했다. 코로나 때 많은 도움이 됐다.

●최종 선출까지 며칠 안 남았다

137년 동안 아시아에서 단 한 번도 사무총장을 한 적이 없다. IPU가 유럽 중심으로 운영돼 왔고, 현재는 아프리카 카메룬 출신인데 이제는 아시아 출신을 뽑아야 진정으로 다양성, 포용성이 있는 국제기구의 대표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여야가 바뀌는 상황에서, 여야가 갈리고 정치가 극단화되고 보수-진보뿐만 아니라 지역, 종교적으로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30년간 중립적으로 묵묵히 일했던 리더십이 오히려 의원 출신의 경쟁 후보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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