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일 뒤 대선인데 기재부 예산·세제실장 교체방침 논란

2025-04-16 13:00:13 게재

기획재정부 예산·세제실장은 정부 경제정책 핵심인사

6월 출범 앞둔 차기정부 정책운용에 걸림돌 될 수있어

현직 실장 공공기관장 등에 하마평 ‘알박기 인사 논란’

내주 예고된 추경 국회협상에도 부정적 영향 불가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만간 예산실장과 세제실장을 교체할 방침이어서 논란이다. 불과 50여 일 뒤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무리한 인사’란 지적이다.

더구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세제실장은 직급은 1급이지만, 경제정책 운용 측면에선 차관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예산실장은 677조원(2025년 기준) 정부예산을 총괄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세제실장 역시 정부 세제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자리다. 이 때문에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기재부 차관보다는 예산실장(세제실장)을 해보고 싶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정부 경제정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리란 뜻이다. 더구나 최 부총리는 현직의 김동일 예산실장과 정정훈 세제실장을 국내외 기관의 기관장과 고위직에 추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실상 ‘알박기 인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번 6.3대선은 인수위를 운영하지 않고 선거 이튿날 새 정부가 곧바로 출범한다. 차기 대통령과 신임 경제부총리는 40여일 전 전임정부가 임명한 세제실장과 예산실장을 계속 써야할지 교체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질의 듣는 기획재정부 간부들 지난해 10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김동일 예산실장(왼쪽 두 번째), 정정훈 세제실장(왼쪽 세 번째) 등 담당 실장들이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이르면 다음주 단행 =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조만간 김동일 예산실장과 정정훈 세제실장을 교체할 방침이다. 이번 인사는 이르면 다음 주 중, 늦어도 이달 중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실장에는 각 실 총괄국장이 임명될 것이 유력하다. 유병서 예산총괄심의관이 예산실장으로, 박금철 세제총괄정책관이 세제실장으로 거론된다. 두 사람이 승진하고 비게 되는 총괄국장 자리는 당분간 비워둔다는 방침이다.

현 김동일 예산실장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이사직으로 추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몫의 ADB 이사직은 오는 5월 임기가 만료돼 새 인사를 추천해야 한다. 정정훈 세제실장은 금융관련 공공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기관은 올해 1월 기관장 임기가 끝났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기재부 실장급 인사는 통상 1년 간격을 두고 해왔는데, 정국 상황 등으로 지체되면서 인사적체가 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인사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인사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실장은 2023년 7월 예산실장에 임명됐다. 19개월째 예산실장을 맡고 있다. 통상 예산안 편성은 8월말 확정해 9월초 국회에 제출한다. 햇수로 따지면 올해 3번째 예산안 편성을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통상 연말연초에 임명돼왔던 역대 예산실장들은 이듬해 예산안을 편성한 뒤 2차관으로 승진하거나 교체돼왔다.

정 실장 역시 2023년 7월 세제실장에 올라 1년7개월째 세제정책을 지휘하고 있다. 정 실장도 통상 7월말~8월초 확정하는 그해 세제개편안을 3년째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국정운영 방해 행위” 비판도 =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늦었고 더 이상 지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인사 필요성을 밝혔다. 또 12.3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실장급까지는 필요한 인사를 단행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대선을 목전에 두고 핵심보직 인사를 굳이 해야 하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두 실장이 19개월째 보직을 맡고 있는데 그게 20개월, 21개월이 된다고 문제가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성북구갑)은 “어이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예산실장과 세제실장은 정부의 핵심경제정책을 운용하는 실무총괄자”라면서 “대선결과가 어찌되든 차기 정부 대통령이 국정철학에 맞춰 인사를 하도록 하는 게 도의적으로나 실용적으로나 맞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형적인 알박기 인사이면서 차기정부에 대한 국정운영 방해 행위라고도 했다.

정부가 곧 제출할 추경안 국회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한덕수 대행이나 최 부총리가 이런 알박기 인사를 계속하면서 추경안을 국회에 가져온들 진정성 있는 대화가 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이번 인사가 단행되면 현직 실장이나 후임 실장 모두에게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내외 고위직으로 옮겨가는 현직 실장들은 업무 시작부터 ‘전임정부 알박기 인사 당사자’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후임 실장들 역시 ‘전임정부 사람’이란 딱지를 벗어나기 어렵다.

◆다시 고개 드는 알박기 인사 논란 = 한편 12·3 내란사태 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윤석열정부의 ‘알박기’ 인사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 이뤄지는 권력기관 또는 공공기관 임원 인사는 여야가 위치를 바꿔가며 다퉈온 소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비상계엄 하루 뒤인 지난해 12월4일부터 이날까지 공시된 공공기관 임원 모집 공고는 모두 102건이다. 윤석열 정권 인사들이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바뀌기 전에 임기가 보장되는 공공기관 요직 선점에 나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임기 6년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다. 그는 비상계엄 해제 당일 저녁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열린 비밀 회동의 당사자로 내란 방조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대통령기록관장 인사 역시 논란이다. 후임에는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 이관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관장이 교체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대통령기록관장은 기록물 이관 업무와 비공개 기록물의 재분류 작업 등을 담당하는 만큼 계엄 기록물을 ‘봉인’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던 올해 초 경찰 인사에서는 ‘용산 출신 친윤 경찰’들이 대거 영전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3계급 ‘초고속 승진’을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임명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17일 임기가 시작된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에는 지난해 총선 당시 서울 중랑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김삼화 전 의원이 임명됐다.

초대 양육비이행관리원장에는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이자 지난해 총선에서 경기 구리시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섰던 전지현 변호사가 선임됐다. 앞서 1월20일에는 최춘식 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캠프에서 활동한 이주수 전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이사회 의장은 2월4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최근에는 국방부가 장성급 정기인사를 4~5월 중 단행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