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강지우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불확실해서 매력적인 돈의 흐름 자연 계열에서 방향 튼 이유였죠
지우씨에게는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문장이 잘 어울린다. 자연 계열인 줄 알았던 적성이 경제를 배우면서 완전히 바뀌었고 제 방향을 찾은 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관심사를 파고들었다. 판타지 같아 공부하는 게 마냥 신났던 지우씨의 경제 탐구 생활을 들어보자.

강지우 |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서울 수명고)
<통합사회> 배우면서 경제에 관심 생겨 상경 계열로
지우씨는 고1 때까지만 해도 자연 계열 성향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과학 과목을 공부하면서 뭔가 맞지 않는다고 느낄 무렵 <통합사회> 시간에 주식과 채권에 대해 배우면서 ‘돈의 흐름’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부해보니 과학은 원리와 공식으로 결과를 유추하는 데 반해 경제와 경영은 아무리 사람이 계획을 세워도 많은 변수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불확실성은 오히려 매력으로 느껴졌다.
“돈의 흐름이 정말 신기했어요. 돈은 물건의 구매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돌아가게 하더라고요. 저한테는 판타지 같았어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돈은 계속 흐르잖아요. 사람의 심리에 따라서 돈의 흐름이 달라지는 현상도 재미있었어요.”
결국 2학년 때 선택 과목을 <경제>와 <정치와 법>으로 바꾸면서 상경 계열로 진로를 굳혔다. 일단 자신의 궤도를 찾고 나니 탐구 활동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우씨의 관심은 돈의 흐름을 주도하고 때로는 변수가 되는 사람에게 향했다. 사람의 심리를 더 들여다볼 수 있는 경영에 끌린 이유이기도 하다.
<수학Ⅰ>에서는 경제의 기초 개념인 단리와 복리를 조사했다. 지우씨는 일정한 비율로 이자가 붙는 단리와 달리 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복리를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사회 문제와 연결시켰다. 복리를 악용해 고객의 재산을 갈취하는 사례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경제> 수업의 탐구 활동에서는 시야를 더 넓혔다. 우리나라의 국제 무역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경제·외교 측면에서 살펴봤다.
“중국이 조금이라도 무역을 규제하면 우리나라는 많은 타격을 받아요. 우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우리나라에 유리한 쪽으로 관계를 개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못된 역사 인식도 바꿔야 하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시키기는 어려운 문제더라고요. 고등학생이었던 제가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었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어요.”
경제 공부 토대로 사회 취약 계층까지 넓어진 시야
지우씨의 슬기로운 경제 탐구 생활은 다양한 과목으로 뻗어나갔다. 관심 분야에 대한 탐구 의지는 강했다. 궁금한 게 생기면 단순히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온전히 소화시켰다.
경제 개념을 사회 이슈와 접목시키면서 탐구 영역은 다채로워졌다. 누군가 돈을 벌면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돈을 잃게 되는 현상이 지우씨의 눈에는 제로섬 게임처럼 보였다. 그의 마음은 이 게임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사회 약자에게 향했다.
<사회·문화> 시간에 교육 수준과 연간 소득의 상관관계를 탐구하거나, <사회문제탐구> 수업 때 집값 안정화 문제를 공부한 것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었다. 탐구할 때는 결론을 내기보다 문제의식을 갖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근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나 언급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사회 취약 계층이 겪는 경제 불평등에는 다들 별로 관심이 없어요. 이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교육을 받기도 어렵고 자연스럽게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죠. 저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서 사회 취약 계층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어요. 그러면 국가도 함께 발전하지 않을까요?”
면접·발표할 때는 대본 외우기보다 개념 숙지부터
지우씨는 비록 수능에서는 잔뜩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영어 내신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다. 비결은 반복과 꾸준함이었다.
“영어는 단기간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아요. 평소에 꾸준히 단어를 외우고 반복해야 해요. 저는 고1 때 보던 영어 책을 고3 때까지 봤어요. 특히 다의어의 뜻을 꼼꼼하게 챙겼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단어를 외웠어요.”
<생활과 윤리> 시간에는 영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경영 전략 측면에서 분석했다. 지우씨는 주인공 개츠비가 금주법이 시행되던 1920년대 미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부자가 되었고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조사했다.
“개츠비는 사람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몰래 술을 팔아 많은 부를 축적했어요. 윤리적으로 옳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수완이 뛰어난 사업가로도 볼 수 있어요. 소비자의 욕구를 알아도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거든요. 그런 면에서 개츠비는 시대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죠.”
지금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지우씨지만 처음부터 발표를 잘한 건 아니다.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들고 열심히 공부한 만큼 데이터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겼다고. 혹시 면접이나 발표할 때 많이 긴장하는 학생이라면 너무 대본에 집착하지 말고 개념을 완벽하게 숙지하라고 조언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인 만큼 즐겁게 지내고 싶어서 동아리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특히 2학년 때 활동했던 토론 동아리에서 자율형사립고의 필요성을 두고 토론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공유하는 토론이 재미있었고 친구들의 발언을 기록하는 역할도 흥미로웠다고.
현재 지우씨의 목표는 증권사에서 일하는 것. 아직 확실히 진로를 정한 건 아니지만 주가를 통해 기업의 성장세를 파악하는 애널리스트에 흥미가 있다.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뜨거우니 분명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인재가 될 듯싶다.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찾은 다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동영상은 탐구의 도구이지 결론은 아니거든요. 최대한 직접 뉴스를 찾아보면서 나만의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대학 입시에서 내신 성적이 전부는 아니니까 미리 겁먹고 포기하지 마세요!”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