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중 관세전쟁에 목졸려가는 한국경제

2025-04-17 13:00:06 게재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율 치킨게임 장기화와 중국의 전면적인 희토류 수출 통제가 우려된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유탄을 맞을 것이 확실시된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40%에 가까운 데다 희토류의 절반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나 된다. 이런 두 나라가 서로 세 자릿수 관세율을 적용, 양국 간 교역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로 인해 해운 운임이 급락하고 해운업계가 부랴부랴 태평양 노선을 대서양으로 돌리는 등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미중 관세율 치킨게임 장기화 우려에 세계경제 위기 경고음

벌써부터 미중 간 무역 단절로 갈 곳을 잃은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우리나라로 몰려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반덤핑 조사 신청 건수가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무역위원회가 현재 조사 중인 반덤핑 의심 사례 8건 가운데 6건이 중국산 제품이다. 특히 대내외적 악재로 내수부양에 나선 중국정부가 제조업 지원이나 보조금을 줄이지 않고 있어 중국 제품의 저가 밀어내기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관세 폭탄을 투하하자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관세율 상향 조정과 함께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반격에 나서 미국 군수산업을 포함해 전기차, 정보통신(IT) 등 각종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의 이런 조치로 반도체 전기차 스마트폰 등 한국 첨단산업의 공급망에도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중은 여전히 상호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지만 서로 상대국의 양보를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 반드시 중국을 꺾고 말겠다는 입장이다. 그가 최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 것도 중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 재정비로 풀이된다. 중국이 예상외로 거센 반발을 보이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반발을 먼저 달랜 뒤 이를 발판으로 중국과의 본 게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중국도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리 미국에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재 공격에 대비 대미 농업 의존도를 낮추는 등 맷집을 키워왔다. 미국이 중국제품에 부과한 추가 관세율을 똑같이 적용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는 한편 희토류와 같은 첨단 소재의 수출 통제 등 다양한 카드를 동원 보복 수위를 높였다. 심지어 미 할리우드 영화 수입 축소와 미 보잉기 인수 거부 등도 대응 수단으로 삼고 있다.

양국 간 관세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이와 연동된 미중 경제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적당한 시점에 양국 정상간 ‘톱다운식’ 해법 모색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생일이 모두 6월이라면서 ‘6월 생일 회담’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강경한 대중 압박과 시진핑의 보복 그리고 대중 반도체 수출제한 등 미국의 재보복으로 양보는커녕 대립이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미중 상호 대화의 문 열려 있지만 단기간 갈등 해소 어려울 전망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글로벌 경기와 정치 일정, 양국 국민 여론 등에 영향을 받을 순 있겠지만 양국 정상회담이 올 가을 안에는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와 10월 말경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회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국 정상 간 대화가 단기간 내 성사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관세협상을 진행할 국가가 70개국이 넘는 데다 핵심 타깃인 중국과의 협상을 가장 후순위로 미뤄둔 만큼 1, 2개월 내 극적인 회동 모멘텀이 조성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시 주석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반미 세 결집’에 나서는가 하면 보복이 재보복을 부르는 등 미중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그래서 양국 간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