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딸기농장에서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2025-04-17 13:00:08 게재

강북구 번동에 ‘스마트팜 센터’ 개장

수확물·먹거리 판매하고 교육·체험도

“아유~ 예쁘다 예뻐.” “그러게. 참 예쁘네~.”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 모판에서 벼가 올라오듯 하얀 플라스틱판에 초록 잎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루꼴라며 버터헤드 프릴아이스 등 눈에 익은 쌈채소류다. 흙이 없는 곳에서 싹을 틔우고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본 주민들이 저마다 사진에 담느라 분주하다. 옥상정원에 놓인 딸기화분 주변으로는 알맞게 익은 설향을 맛보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주민들에게 공식 공개된 ‘스마트팜 센터’ 풍경이다.

17일 강북구에 따르면 구는 번동 410-5번지에 ‘강북 스마트팜 센터’를 마련하고 지난 15일 개장식을 열었다. 연면적 650㎡ 규모 지상 3층 건물은 복합형 도심농업 공간이다. 흙이 아닌 영양분이 포함된 물과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한 빛으로 딸기와 채소를 키운다. 도시농업센터 한켠에 교육·체험용으로 설치한 다른 스마트팜과 달리 건물 전체에서 작물을 재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1층에서는 잎채소를 체험하면서 키우고 2층과 3층에서는 각각 딸기와 엽채류를 전문적으로 재배한다. 전문 인력 5명이 재배와 관리를 맡는다.

강북구가 지난 15일 번동에 스마트팜 센터를 개장했다. 이순희 구청장이 첨단기술로 키워낸 친환경 딸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강북구 제공

주민들은 센터에서 키운 신선한 작물과 이를 재료로 한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 채소와 딸기는 무인자판기로 판매하고 센터 앞에는 푸드트럭을 배치했다. 무엇보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1년씩 푸드트럭 운영을 맡긴다. 창업 연습을 하는 공간인 셈이다.

스마트팜 센터 운영에는 지역사회가 힘을 모은다. 구는 개장식 당일 서울사이버대와 광운대학교 산학협력단, 대형마트와 숙박업소, 지역 커피전문점과 협약을 맺었다. 서울사이버대는 재배기술 교육과 전문 자문, 학생 봉사인력을 지원하고 광운대는 푸드트럭을 운영할 청년을 선발하고 창업을 돕는다. 이은주 서울사이버대 총장은 “인공지능스마트팜학과 학생들이 재배 실습을 하고 싱싱한 유기농 먹거리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의미있는 사업”이라며 “좁은 공간에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식물공장 창업도 연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카페는 센터에서 키운 작물을 활용한 식단을 개발하는 한편 푸드트럭 운영을 돕고 지역 내 우수 음식점을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북한산 딸기케이크’ ‘번동 루꼴라 샌드위치’ 등을 이미 선보인 참이다. 현장에서 딸기차를 맛본 주민 김경애(68)씨는 "집에서 만든 것보다 낫다"며 "쌈채부터 샌드위치까지 날마다 들러서 구입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숙박업소도 판매 협력과 홍보, 대표 메뉴 개발 등을 맡기로 했다. 구는 “유럽형 상추와 루꼴라 딸기 등을 대형마트와 콘도, 4.19카페거리 내 우수음식점 등에 유통함으로써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주민과 학생들에게는 첨단 농업기술을 체험하는 교육의 장이 될 전망이다. 구는 매주 한차례 시설소개와 운영·관리 방법을 공유하는 열린 행사를 열 예정이다. 수경재배 꾸러미 만들기나 재배 작물을 활용한 요리 체험은 하루 두차례씩 진행한다.

강북구 도심농장의 또다른 축은 지난 2월 우이동 북한산 자락에 문을 연 ‘스마트팜 재배단지’다. 무단경작과 쓰레기 투기 등으로 골치를 앓던 등산로 인근 부지를 매입해 1592㎡ 규모 농장을 조성했다. 번동 스마트팜 센터와 달리 흙에서 친환경 딸기를 키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청년창업과 도시농업, 체험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강북형 지역경제 성장 거점”이라며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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