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미국서 사재기 움직임

2025-04-17 13:00:06 게재

코트라 뉴욕무역관 "인플레이션·경기침체 우려" … 생필품 및 고가제품도 구매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로 미국 소비시장에서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코트라 뉴욕무역관은 17일 ‘미국의 관세부과에 따른 시장반응과 전망’ 보고서에서 “관세 부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휴지 비누 등 생필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가전 가구 자동차 같이 단가가 높은 제품의 구매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무역관은 크레딧카드닷컴이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를 인용, “미국 소비자 5명 중 1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하고 있는 관세 부과로 평소보다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42%는 식품과 화장지 등 장기간 보관 가능한 품목을 구매하고 있거나 구매할 예정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부터 지출 단가가 큰 품목을 구매했다는 미국인은 4명 중의 1명 꼴이었다. 향후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으로 필요 이상의 많은 지출을 하거나 충동구매를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20%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와 보편관세를 부과한 직후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한 구매는 더욱 늘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로이터 등 외신들은 슈퍼마켓이나 마트, 가전제품 판매점 등을 찾은 소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소비자 분위기를 보도했다.

뉴욕에 사는 노엘 페그로씨는 상호관세 발표 직후 자동차 부품과 가전제품, 가드닝 장비 외에 기타 가정용품 등으로 총 3000달러를 지출했다. 그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구매를 해야 할 때”라며 “217달러짜리 중국브랜드 하이센스 TV가 여러 매장에서 매진됐다. 그래서 인근 가전 매장에 전화를 돌려 매장 직원에 부탁한 뒤 겨우 TV를 구매했다”고 사연을 소개했다.

억만장자 사업가인 마크 쿠반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치약부터 비누까지, 보관할 자리만 있다면 사두라”며 “미국산 제품도 관세를 핑계로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포스팅했다.

JP모건 체이스는 “최근 고객들의 신용카드와 데빗카드 지출이 늘었다”며 “‘미국 해방의 날’ 발표 이후 소비자들이 물가 인상에 대비해 구매를 늘린 것이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무역관은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고율 관세 부과에 강력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관세가 미국에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둔화 혹은 침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JP모건은 4일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을 기존 40%에서 60%로 수정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로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0.3%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7일 연례 주주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이미 성장이 둔화된 미국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골드만삭스는 9일 향후 12개월 내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65%로 상향한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관세 유예 조치 소식이 전해지자 1시간 뒤에 해당 전망을 철회하고 비침체 시나리오로 전환했다.

월가 투자 자문사인 에버코어 ISI의 크리시나 구하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이 35~40%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CNBC 공급망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이 높은 비용으로 미국으로 제조시설을 이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은 리쇼어링(Reshoring)이 비용을 두 배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리쇼어링이란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시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뉴역무역관은 “(미국에 현지공장을 설립할 경우)실제 제품생산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비용과 높은 인건비, 관세 부담 등을 고려해 투자진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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