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관세정책 경고에 뉴욕증시 급락
“인플레이션 유발, 경제성장 둔화할 것”
‘연준 풋(Fed-put)' 가능성 질문에 "No"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제성장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연준은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현재 시장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금리인하 기대가 꺾인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전일 트럼프행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제한하면서 기술주의 매도세가 이어졌다.
16일(현지시간) 뉴욕 3대 지수는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며 기술주 중심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 평균은 1.73%, S&P500 지수는 2.24%, 나스닥 지수는 3.07% 떨어졌다.
전일 장 마감 이후 발표된 엔비디아 및 AMD의 중국향 저사양 AI칩 수출 규제로 AI 반도체 섹터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H20 칩을 중국으로 수출할 때 새로운 수출 허가 요건을 적용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AMD의 AI 칩 MI308을 비롯해 이에 상응하는 다른 칩들도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고 상무부는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달러(약 7조8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여파로 AMD(-7.35%), ASML(-7.06%), 엔비디아(-6.87%), TSMC(-4.68%) 등 주가는 급락했다. 거대 기술기업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은 모두 하락했다.
여기에 파월 연준 의장의 경고는 주가를 한번 더 주저앉혔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행사에서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인상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크고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물가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양대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연준에 심각한 딜레마를 안겼다”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월은 “물가안정이 없으면 강력한 노동 시장 조성도 없다”며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파월은 또 “지금은 개입할 때 아니다”라고 발언하며 통화정책 방향을 급하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파월은 기존 트럼프 관세 정책이 ‘일시적’ 영향이라고 언급한 것과 다르게 2025년 내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현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보다 상황이 뚜렷해지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파월 의장은 증시가 급락하면 연준이 시장에 개입하는 이른바 연준 풋(Fed-put)을 기대해도 되냐는 질문에 ‘No(아니다)’라고 답했다. 파월은 현시점에서 최선의 조치는 경제 데이터가 트럼프 정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은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조정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발언에 2%대 하락세를 보이던 나스닥 지수는 장 중 4.5%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트럼프 관세정책에 대한 경기 여파가 불확실한 가운데 5월부터 관세 영향이 경제지표에 나타나면서 뚜렷해질 전망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실물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오히려 연준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Bad is Good’ 견해가 확산될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월가의 공포 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전일보다 2.52포인트(8.37%) 뛴 32.64를 기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