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대선…지자체 행사 연기·취소 잇따라
대형산불 구제역 등 악재 겹쳐
선관위에 개최 여부 문의 폭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면서 지자체들이 4~5월 예정됐던 행사를 줄줄이 연기·취소하고 있다. 지자체가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행사들이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전국 지자체와 선관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86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은 선거일 60일 전부터 교양강좌, 사업설명회, 공청회, 직능단체 모임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하거나 후원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법령에 따른 행사나 재해 구호·복구, 긴급민원, 정기적인 계절축제 등은 예외다. 하지만 다수가 참석하는 행사를 열었다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이에 경북도내 지자체들은 대표축제를 잇따라 연기·취소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역 대표축제인 ‘포항국제불빛축제’ 일정을 오는 6월 20~22일로 조정했다. 시는 이 축제를 당초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포항시 남구 형산강 체육공원 일원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포항시는 “대선 투표일과 축제기간이 겹쳐 축제운영에 필수적인 공무원 인력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예천군의 활축제와 상주시의 슬로라이프 페스티벌도 5월에서 10월로 연기됐다.
경북 지자체들은 대형 산불 여파로 이미 각종 축제를 연기·취소했었다. 3~4월 연기·취소된 지역축제는 안동시 차전장군 노국공주 축제, 청송군 청송백자축제, 의성 산수유마을 축제, 김천 연화지 벚꽃페스타, 고령 대가야축제 등 12개에 이른다.
광주·전남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조기대선 여파로 구청장이 참석하거나 지자체가 후원하는 대부분의 행사를 대선 이후로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광주 남구는 5월 29일로 예정된 ‘김현승 시 문학제’를 6월 17일로 연기했고 서구는 15일 예정됐던 명장 마스터 토크쇼를 6월 이후로 미뤘다. 구제역이 발생한 전남 무안군의 경우 유채꽃 축제를 취소했고 영암군도 ‘왕인문화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충남 천안시는 다음달 21일부터 25일까지 개최하려던 ‘2025 천안 K-컬처 박람회’를 6월 4~8일로 연기했고 강원 원주시도 5월 23~24일 개최예정인 원주혁신도시상상마켓 행사를 대선 이후로 미뤘다. 경기도 평택시는 다음달 개최하려던 평택군·평택시·송탄시 통합 30주년 기념 시민대화합 축제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부산·경남은 행정통합 관련 일정을 대선 이후로 모두 미뤘다. 시·도민을 대상으로 한 8차례 토론회가 4월부터 예정돼 있었지만 대선일정에 돌입하며 모두 중단됐다.
단체장들의 시정설명회도 연기됐다. 대선후보로 나선 유정복 인천시장은 ‘생생시정바로알기 시정설명회’ 일정을 6월 이후로 모두 연기했고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시작한 시·군 순회 도정설명회를 중단했다가 대선 이후에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조기 대선이 결정되자 각종 행사 개최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받기 위한 지자체의 질의가 폭주하고 있다.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는 “갑자기 대선이 결정되면서 공직선거법 관련 유권해석을 받기 위한 질의가 폭주하고 있다”며 “계절축제 등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선거법 자체가 행위를 조율하는 법률이라서 행사의 내용·성격·행위 양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있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과 구제역 등 연이은 악재에 조기 대선까지 겹치면서 봄 축제 특수가 사라질 처지에 놓이자 지역 상권도 울상이다.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가장 축제가 많은 계절에 이상기후에 재난, 선거까지 겹치면서 축제가 연기되거나 축제가 열려도 방문객이 예년보다 훨씬 줄었다”며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유연한 대처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태영·최세호·방국진 곽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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