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상장 중국기업, 상장폐지 리스크 재부상
트럼프, 중국 대미투자 제한 확대 가능성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이 퇴출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17일 닛케이아시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주 ‘미국증시에서 중국기업 주식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모든 사안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중국기업 상폐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현실화할 경우 미중 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극에 달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미국우선투자정책’에 서명하며 재무부 등 기타 부처에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기본근거는 2020년 제정된 ‘외국기업책임법(HFCAA)’이다.
HFCAA는 미국 상장 외국기업들이 미국의 회계감사기준을 준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어긴 외국기업들은 미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 이 법은 중국이 자국기업들에게 미국 회계감독부서에 재무정보를 제출하지 말라고 금지시시면서 제정됐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은 약 280곳이다. HSBC에 따르면 이들의 시가총액은 약 8800억달러 정도다. 이 가운데 20개 기업이 10억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을 갖고 있으면서 미국에만 상장돼 있다. 테무를 소유한 전자상거래기업 ‘핀둬둬’, 트럭 스타트업 ‘풀트럭’, 전자상거래기업 ‘Vip샵’ 등이다. HSBC는 “이 기업들이 상장폐지 위험에 가장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의 약 3/4은 홍콩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 그중 절반 이상은 중국본토 투자자들이 상하이·선전증시와 홍콩증시를 연결하는 후강퉁 선강퉁을 통해 매매할 수 있다.
중국기업 퇴출 전례는 많다. 중국국영기업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모바일은 2021년 바이든정부 때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됐다. 중국인민해방군과 연계가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HSBC는 “2020년 미국상장 외국기업들이 회계정보를 미정부에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기면서, 많은 중국본토 기업들이 미국에서 상장을 포기하고 홍콩증시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으로는 디디글로벌, 페트로차이나다. 미국증권거래소는 2022년 회계기준을 위반해 퇴출될 리스크가 있어 감시대상에 오른 기업으로 알리바바와 바이두를 추가했다. .
미국 대학들과 각주의 연기금들은 주식예탁증서(ADR)를 통해 중국 상장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미정부의 압박이 늘어나면서, 연기금들은 중국 익스포저를 줄이기 시작했다. 뉴욕대 법학과 부교수 윈스턴 마는 “기관투자자들이 3년 전보다 중국기업 상장폐지 리스크에 더 민감하다”며 “트럼프정부 아래서는 그 어떤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인이 중국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제한되는 극단적 시나리오에서 미국 투자자들은 약 8000억달러 중국주식을 미국과 홍콩, 중국본토 등에서 청산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리서치기업 ‘페리스코프 애널리틱스’는 “중국기업이 미증시에서 퇴출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홍콩에 2차상장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HSBC는 “홍콩에서의 1일 평균거래량은 미국에서보다 낮다. 따라서 중국기업들은 후강퉁 선강퉁을 활용해 거래량 차이에 따른 문제를 상쇄할 수 있다. 과거 알리바바가, 최근에는 부동산기업 KE홀딩스가 그랬다”고 말했다. HSBC에 따르면 미국에만 상장된 20개 기업들이 홍콩증시로 옮겨간다면 홍콩증시 1일 평균거래액이 약 10억달러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홍콩증시 1일 평균거래액은 3월 기준 2800억달러 수준이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