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9인 완전체’ 차기 정부로 넘어가

2025-04-18 13:00:29 게재

문형배·이미선 퇴임, 후임은 ‘새 대통령 몫’?

‘7인 체제’서 심리 … 김형두, 소장 권한대행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헌법재판소가 10일 만에 ‘9인 체제’에서 ‘7인 체제’가 됐다.

헌법재판소가 다시 ‘9인 완전체’가 되려면 차기 정부가 출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퇴임하는 두 재판관은 대통령 몫이어서 차기 대통령이 후임 재판관들을 임명할 때까지 헌재의 주요 사건 선고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헌재는 이날 오전 대강당에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식을 열었다. 문 권한대행이 퇴임하면서 후임 소장 권한대행은 새로운 대통령이 헌재 소장을 임명할 때까지 가장 선임인 김형두 재판관이 맡게 된다.

문 권한대행은 퇴임식에서 헌재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3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를 제기했다. 현재 판사 출신 위주의 재판관 구성이 헌법실무 경험이 많은 헌법연구관이나 교수에게 길을 터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더 깊은 대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재판관과 재판관, 재판부와 연구부, 전·현 재판관 사이에 지금 보다 더 깊은 대화를 통해 헌재가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행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적 해결이 무산됨으로써 교착상태가 생길 경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들 한다”며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했다. 이어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며 “헌법의 규범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우리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두 재판관은 퇴임사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과 파면 결정에 대한 의미를 되새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이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헌재는 당분간 ‘7인 체제’에서 사건을 심리하고 선고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7인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도 1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문에서 이를 강조했다.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 등 사건에서 인용 결론을 내리려면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다만 중요한 사건이나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선고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론의 정당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헌재는 “나머지 2인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 그 임명을 기다려 심리·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헌재의 심리·선고를 기다리는 사건은 크게 조지호 경찰청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 탄핵심판, 한 권한대행의 이완규 법제처장·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 헌법재판관 지명 관련 헌법소원 등이다.

이 가운데 조 청장 탄핵심판은 아직 변론준비기일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고, 손 검사장 사건은 형사재판을 이유로 중지된 상태다. 이번 가처분의 본안 판단 격인 헌법소원 역시 정치적 파장 등을 고려하면 6.3 대선 전에 선고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차기 대통령이 문·이 재판관의 후임자를 임명해야 헌재는 다시 정원인 ‘9인 완성체’를 갖출 수 있다. 두 재판관의 퇴임으로 헌재의 이념 성향은 진보 2명(정계선·마은혁 재판관), 중도 3명(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 보수 2명(정형식·조한창 재판관)으로 바뀌게 됐다. 선거 결과에 따라 헌재 구도가 진보 우위냐 보수 우위냐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앞서 문 권한대행은 전날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특강에서 “관용과 자제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면서 “12·3 비상계엄은 관용과 자제를 넘었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관용과 자제를 넘었느냐, 넘지 않았느냐(가 판단 기준)”이라며 “(야당의) 탄핵소추는 그 선을 넘지 않았고, 비상계엄은 넘었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라고 했다.

그는 “탄핵 선고에 모순이 있지 않냐고 하는데, 저는 모순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야당에 적용되는 권리가 여당에도 적용돼야 하고 여당에 인정되는 절제가 야당에도 인정돼야 그것이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문 재판관은 헌재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문에서 통합을 호소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선고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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