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3명 도전…경기지사 징크스 깨나

2025-04-21 13:00:17 게재

대통령 출마한 역대 도지사 모두 낙선

국힘 김문수, 민주 이재명·김동연 도전

‘경기지사 출신 첫 대통령’ 기대감 커져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지자체인 경기도를 책임지는 도지사 자리는 ‘대선으로 가는 관문’으로 불린다. 실제 민선 2기 임창열 전 지사를 제외한 역대 도지사들이 모두 대선에 출마했다. 그러나 모두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거나 본선에서 패배해 ‘경기지사의 저주’라는 징크스를 남겼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조기 대선에 출마한 전·현직 경기지사 3명이 각 정당의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앞서가면서 ‘경기지사의 저주’가 이번엔 풀릴지 관심이다. 경기도청 안팎에선 “팔달산 옛 도청사를 광교로 이전하고 관사를 없앤 덕분”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전직 경기지사 출신인 김문수(왼쪽) 전 고용부 장관과 이재명(가운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동연(오른쪽) 경기지사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1일 경기도 와 지역정가에 따르면 지난 9일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동시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하루 뒤인 지난 10일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상메지시를 통해 출마선언을 했다. 김 지사와 이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에서 각각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전직 경기지사 출신인 김문수(왼쪽) 전 고용부 장관과 이재명(가운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동연(오른쪽) 경기지사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앞서 초대 민선 경기지사를 지낸 이인제 전 지사는 대선에 4번이나 도전했다. 1995년 도지사에 선출된 지 2년만에 지사직을 내려놓고 1997년 국민신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3위를 했다. 2002년에는 당내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해 후보로 나서지 못했고 2007년에도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다 탈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 땐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역시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전직 경기지사 출신인 김문수(왼쪽) 전 고용부 장관과 이재명(가운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동연(오른쪽) 경기지사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민선 3기 손학규 전 지사는 2007년 소속 정당이던 한나라당을 나와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에 합류하며 대선에 도전했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고 2012년 대선 역시 문재인 전 대표에게 패해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이어 2017년 2월에는 국민의당에 입당해 19대 대선 경선에 참여했으나 안철수 전 대표에 밀려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민선 4·5기 지사를 지낸 김문수 전 지사 역시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2위로 탈락했다. 민선 6기 땐 남경필 지사가 현직을 유지한 채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지만 유승민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민선 7기 지사를 지낸 이재명 전 당대표는 지난 2022년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지만 본선에서 0.7%p 차이로 석패했다.

이처럼 대선에 도전한 역대 도지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지역 정·관가에는 ‘경기지사는 대선 무덤’ ‘경기지사의 저주’라는 징크스가 생겨났다. ‘도지사 관사 터가 좋지 않기 때문’이란 말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팔달산 옛 도지사 관사가 위치한 터는 18세기 후반 수원화성 축조 당시 전염병 환자나 시신을 안치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기 대선을 앞두고 ‘첫 경기지사 출신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이재명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 초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고 김문수 전 장관도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도 ‘깨끗한 인물, 경제 대통령’이란 강점을 내세우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경기도청 직원들 사이엔 “역대 대선과 달리 조기 대선에서 경기지사 출신 첫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엔 경기도지사 징크스가 깨질 것”이란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도청사를 광교로 이전한 지 3년이 넘었고 옛 관사도 김동연 지사 취임 이후 도민 소통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도청사 관사 터가 바뀌니 운이 트이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들은 “도지사 대선 징크스와 관련 공관 터가 문제라거나 영호남처럼 확실한 지역기반이 없는 경기도 특성 때문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지만 정치권에 지방자치를 통해 성장한 리더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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