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차입매수 규제 논의 본격화
MBK 논란 계기로 금융당국 하반기 착수 목표 … 정치권도 관련법 개정 찬성
전문가 “인수 후 일정기간 핵심 자산 매각 제한 … 차입비율 한도 도입” 제안
금융당국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의 경영진 등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넘긴 가운데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사모펀드(PEF) 차입매수(LBO) 규제 개선에 관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 후 일정 기간 자산매각을 간접적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대규모 자금을 빌려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가 알짜 점포 매각 등으로 빚을 갚고, 배당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주력하다 갑자기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차입인수 후 경영 정상화보다 현금회수가 우선 =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의 경우 LBO 직후 핵심 자산 매각, 배당, 감자 등을 통해 현금을 회수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MBK는 지난해 6월 국내 1위 의약품 유통사인 지오영의 모회사 조선혜지와이홀딩스 지분 71.6%를 약 2조원에 인수했다. 이 중 8000억원은 삼성증권 등 금융기관 인수금융이다.
MBK는 인수 다음 달에 2746억원 규모 유상감자를 단행해서 자금을 회수했다. 이에 따라 지오영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506%에서 2024년 말 1600%로 1년 만에 3배로 치솟았다.
2023년 3월에는 우리은행 등에서 약 9000억원 인수금융을 동원해 디지털 덴탈 솔루션 기업 메디트를 약 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메디트는 2023년 2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MBK에 899억원을 배당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2023년 2월 2조2000억원 규모의 공개매수를 통해 인수한 MBK는 89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그 해 오스템임플란트는 당기순이익이 전년의 3분의 1 수준인 535억원으로 감소한 상태였다. MBK는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를 위해 NH투자증권 등에서 약 1조7000억원을 차입했다.
이어 2015년 MBK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중 1조2000억원은 홈플러스의 기존 차입금이라 실제 인수금액은 6조원이었다. 이중 3조1000억원은 홈플러스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받았으며 2조4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로 조달했다. 나머지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충당했다.
MBK는 차입금 이자가 부담되자 실적이 좋은 점포 등을 차례로 팔아서 약 4조원을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연구용역 발주, 하반기 규제 착수 목표 = 금융당국은 금융연구원에 제도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해외 제도와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올 하반기 중 본격적으로 규제 개선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홈플러스 관련 지적이 나오자 “LBO와 관련해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LBO 등 사모펀드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등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 개선에 힘쓰지 않고 단기간에 알짜 자산을 팔아서 수익만 챙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EU는 2011년 ‘사모펀드가 비상장기업을 인수한 경우 24개월간 해당 기업의 배당, 자본감소, 주식환매나 자기주식 취득에 지시나 찬성하지 않아야 하며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체투자 지침을 제정했다.
이와 함께 사모펀드 차입매수 레버리지 비율 한도 규제를 도입하고 대체투자자산에 공정가치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금융당국이나 연기금 등 출자자(LP)가 대체투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간접규제 형태로 사모펀드의 차입매수를 통한 단기이익 편취 억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