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에 막힌 법안, 더 세게 돌아온다
이재명 “상법, 최대한 빨리”
양곡관리·25만원지원법 등
6.3 대선 이후 윤석열정권 거부권에 막혔던 법안이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반대로 무산된 상법 개정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양곡관리법·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이 재추진될 공산이 커졌다.
이 후보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한 투자업계 관계자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자산 시장이 부동산 중심인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본시장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라며 상법 개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민주당이 추진하다가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무산된 상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대선에 승리할 경우 이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이번에 상법 개정에 실패했는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해야 한다”며 “집안의 규칙도 안 지키면서 어떻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나”라고 되물었다.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두고는 “이기적인 소수들의 저항이라고 생각되는데 당연히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상법이 개정되면 지배 대주주의 횡포가 줄어들고 비정상적 경영 판단도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참석자가 “상장 후 영업이익률을 달성 못 한다든가 지속가능성 있는 영업 비즈니스 모델을 달성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를 해야 한다”고 하자 이 후보는 “솎아내야 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가 무산된 상법보다 훨씬 센 개정법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특히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앞세워 처리했다가 대통령 거부권에 막혔던 법안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윤 석열정부 출범 후 거부권 행사 법안이 41건에 달한다. 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등은 특검법 등과 함께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정부 1호 거부권 행사 법안인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이 다시 처리될 수 있다. 양곡관리법은 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과 함께 농업 4법으로 분류돼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었다. 시장에서 남는 쌀을 국가가 사들이고, 채소 등의 가격 하락으로 발생한 생산자 손해를 국가가 보전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쌀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재정 부담을 초래한다”며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비슷하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회사가 피해를 봤을 때 노조원 개개인의 책임을 회사가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두번에 걸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입법화가 무산됐는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 등은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지난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도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금액을 조정하더라도 국민지원금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정책분야 법안뿐 아니라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관련한 각종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 내란혐의에 대한 국회 차원의 검증, 명태균씨의 행적 등과 관련한 특검법 등도 가능성이 높다.
여당으로 입장이 바뀔 경우 재검토 과정을 거치겠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이후 등장하는 정부의 최대 목표는 민주주의 회복과 무너진 경제를 바로세우는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통해 질서를 바로 세우고 그 동력을 발판삼아 경제를 살리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