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증거 봉인 막으려면…“권한대행의 기록물 지정 막아야”
국회서 긴급 토론회 … “세월호 기록물 봉인 전례 밟으면 안돼”
“내란 관련 기록물은 별도 기구 구성 필요 … 정당성 확보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기록물 이관 작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자칫하면 내란 증거가 최장 30년간 봉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선 출마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기록물의 봉인 여부를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내란증거의 봉인을 막아라’ 긴급토론회에선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 개선 필요성이 비중있게 거론됐다. 이날 토론회는 박지원 박주민 신정훈 전현희 이해식 김태선 채현일 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기록관리단체협의회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이 공동주최했다.
박주민 의원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세월호 관련 기록을 포함해 20만여 건의 기록을 광범위하게 지정해 15년간 봉인한 전례가 있다”면서 “당시 사례처럼 한덕수 권한대행이 광범위하게 기록을 봉인할 경우 내란 관련 기록이 은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행정안전부 산하 대통령기록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기록물 이관을 위한 현장 점검을 완료한 상태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과 협의를 거쳐 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 전까지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완료할 계획이다.
문제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이다. 일반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지만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되면 최대 15년간 공개되지 않고 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까지 비공개가 가능하다.
신정훈 의원은 “윤석열정부 들어 발생한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참사,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해병대 수사외압사건, 명태균게이트, 알박기 인사, 검찰 권력의 사유화 등은 중대한 공적 사안”이라면서 “이런 사건이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된다면 진상은 어둠 속에 묻히고 책임자는 역사의 심판을 회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월호 기록물이 봉인됐던 전례를 밟지 않기 위해선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이 시급하다.
시민단체 정보공개센터의 정진임 소장은 “현행법상 입법미비 상태인 대통령 부재시의 대통령기록지정행위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지정기록 지정권한을 원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통령 궐위 시 대통령기록물의 재분류 및 보호조치 시기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 소장은 “지금과 같이 대통령을 둘러싼 범죄의 증거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고 관련자들이 범죄에 함께 연루된 상황에서 대통령기록의 재분류나 보호조치를 대통령비서실이나 경호실과 같은 대통령기록 생산기관에서 해서는 안된다”면서 “기록 보호 조치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 후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란 관련 기록물에 대해선 더욱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소장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 함께 논의해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식 의원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정치적·자의적 판단에 따른 기록물 폐기를 막고 기록 생산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려는 제도인데 이를 악용해 대통령 기록을 숨기고 은폐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12.3내란의 진상규명은 관련 기록의 온전한 보존과 공개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국정운영의 투명성 및 국민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도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