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전형별 합격기
정시_숭실대 물리학과
철저한 패인 분석으로 두 번째 도전에서 합격했죠
황인영
황인영씨는 두 번의 도전 끝에 숭실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내신 성적은 좋았지만 2학년 2학기 성적이 하락해 정시로 향했고 뜻하지 않은 건강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수학과 과탐 중심으로 끈기 있게 공부해 성적 향상을 이끌었다. 수시와 정시는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가능성을 놓지 말고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하는 인영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정시에 주력하게 된 이유는?
당초에는 수시를 준비했어요. 2학년까지 내신 성적도 좋았고요. 그런데 2학년 2학기 성적이 예상외로 많이 하락했어요. 그 성적을 포함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겠다고 판단해 2학년 겨울방학부터 정시로 눈을 돌렸습니다.
제한된 범위를 샅샅이 공부하다 다음으로 넘겨버리는 내신 시험보다 범위는 넓지만 깊이 있게 반복해서 공부하는 수능이 제게 더 맞기도 했고요. 그간의 모의고사 성적도 만족스러웠고 노력한 만큼 성적이 꾸준히 올라 두려움 없이 선택했습니다.
Q. 고등학교 생활과 수능 대비는?
주변에 정시를 목표로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어요. 수시를 준비하던 2학년 때까지는 수업 시간에는 집중하고, 친구들과 밤늦도록 함께 공부하고 과제도 하면서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생활 패턴이 비슷하니 함께 어울릴 수 있었죠. 그러나 정시로 방향을 바꾼 후 생활의 변화가 컸습니다. 함께 준비하는 친구가 없었어요. 정보를 얻기도 어려웠고 외롭게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혼자 공부했죠.
정시는 수학과 과학의 반영 비중이 높기도 하고 좋아하는 과목이어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과탐 선택 과목은 내신에서는 <물리학I> <화학I> <생명과학I>을 이수했습니다. 그중 <화학I> <생명과학I>을 수능 과목으로 선택했어요. <화학I>은 계산 문제가 많아 30분 안에 20문항을 해결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1년 내내 고전했습니다.
수능을 준비하던 중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갑작스레 폐질환 기흉이 재발했어요. 1학년 때 같은 병으로 5번이나 입원했었는데 2년 만에 다시 재발한 거죠. 수능까지 계획대로 완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겁이 났고, 일단 부랴부랴 계획에 없던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숭실대 숙명여대 세종대 등 6곳을 지원했어요. 3학년 성적과 학생부가 부실해 종합전형은 고려할 수 없었어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라도 맞추기 위해 수학과 영어를 집중 공략해 공부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능 성적을 받았어요. 교과전형으로 두 곳에 합격했으나 재도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두 번째 수능 대비는 어떻게 했나?
첫 수능의 패인을 돌이켜보니 기적 같은 성적 향상을 기대하며 안일하게 공부했던 점, 틀린 문제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매번 그냥 넘어갔던 점, 문제 풀이법을 정확히 익히지 않고 이리저리 시도하며 갈피를 못 잡은 점 등이 떠올랐습니다. 시간을 아끼고 ‘혼공’을 늘리려 독서실에서 공부했어요. 어려웠던 <화학I> 대신 <지구과학I>로 바꿔 인강으로 개념 공부를 시작했고 국어와 <생명과학I>은 단과학원을 수강했습니다.
‘혼공’ 시간이 늘어나면서 여러 공부법을 시도해볼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수학 오답 노트와 과탐 오개념 모음집을 직접 만들어 활용했는데 수능까지 큰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수학은 진심을 담아 끈기 있게 공부했어요.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도 절대 정답 해설서를 보지 않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알고 있는 개념과 풀이법을 사용해 다양하게 시도해보려고 애썼습니다.
처음에는 힘겨웠지만 풀이 과정이 정답과 같았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재미로 재수 생활을 견뎌낸 것 같아요. 채점 후에도 주요 개념을 다시 정리하고 더 효율적인 풀이법을 고민하며 유사한 유형을 연관시켜 공부했습니다. 탐구 오개념 모음집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개념이나 헛갈리는 빈출 개념을 잡아주는 데 주효했습니다.
공을 들인 수학은 4등급에서 2등급으로, 과탐은 4~5등급에서 1~3등급으로 성적이 향상됐어요. 그에 비해 국어와 영어는 4등급, 3등급으로 큰 변화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Q.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다양한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탐색해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정시를 목표로 해도 학교생활은 놓지 않는 것이 좋고요, 좋은 학생부로 수시를 지원한다 해도 수능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수시와 정시는 다른 길 같지만 어떻게 지원하고 합격할지는 예상할 수 없고, 내신과 수능은 다른 시험 같지만 공부의 본질에는 차이가 없더라고요, 쉬운 길은 없어요. 어느 쪽이든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취재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