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에 관광객 몰리는 이유 따로 있다

2025-04-23 13:00:26 게재

송파구 대형 지구본 모양 ‘더 스피어’ 추가

상권 활성화 효과 가락시장까지 확대 계획

“행성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요. 밤에는 더 예쁠 것 같아요. 음악도 너무 좋고.” “계절이라고 하나요? 계속 바뀌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송파나루공원. 서울시내 유일한 인공호수인 석촌호수 인근에 외국인들이 몰려 있다. 프랑스인 아밀리(30)씨와 필리핀 출신 말주리(29)씨 등 누리소통망 내 영향력자(인플루언서) 20명이다. 이들 눈 앞에서 커다란 지구본 모양 구(球)가 빙글빙글 돌아가듯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직전까지만 해도 날씨와 시간만 담은 단순한 화면이었는데 금세 불그스레한 태양이 비추는가 싶더니 석촌호수의 사계에 교과서에서 본 듯한 눈에 익은 명화까지 빠르게 전환된다.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든 영향력자들 눈과 손이 바빠진다.

송파구가 석촌호수 인근에 새로운 명물을 조성하고 누리소통망에서 영향력이 있는 외국인들을 초청한 팸투어를 열었다. 태국에서 온 비비씨가 서강석 구청장과 더 스피어를 사진에 담고 있다. 사진 송파구 제공

23일 송파구에 따르면 벚꽃으로 이름난 석촌호수 인근에 이달 초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지름이 7m에 달하는 커다란 공 모양 ‘더 스피어’다. 고화질 영상을 표출하는 조형물은 키 큰 고층건물 사이에서도 눈길을 끌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송파구는 새 명물을 시험 가동하면서 세계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누리소통망에서 영향력이 있는 외국인들을 초청한 팸투어를 열었다. 미국 프랑스 일본 파키스탄 등 16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 석촌호수와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풍광을 보겠다고 발걸음을 했다. 이들은 더 스피어가 1시간여에 걸쳐 선보인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며 자신의 누리소통망에서 공유할 사진과 영상을 제작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풍자화(캐리커처)를 제작하는 체험이 이들을 사로잡았다. 무인단말기(키오스크)로 사진을 찍은 뒤 수채화 만화영화 소묘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하면 바뀐 모습이 실시간 표출되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이날 체험 직후 “나 맞아? 인공지능 신기하네” 등 소감을 적어 누리소통망에 공유하기도 했다. 아밀리씨는 “석촌호수 주변을 걷다가 더 스피어 앞에 자리잡고 앉아서 즐기라고 고국의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말주리씨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8살 아들과 함께 왔는데 마음에 든다”며 “경기도 여주에서 1시간이나 걸려서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앞서 석촌호수 산책로와 인접한 다양한 문화예술 시설을 조성해왔다. 작은 미술관 ‘더 갤러리 호수’와 공연장 ‘석촌호수 아뜰리에’, 복합문화시설 ‘문화실험공간 호수’ 등이다. 최근에는 서호와 동호를 잇는 잠실호수교 아래쪽에 ‘호수교 갤러리’를 조성해 선보였다.

지난 호수벚꽃축제를 비롯해 벚꽃이 만개한 기간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벚꽃이 핀 13일간 석촌호수 일대 방문객은 862만명에 달했다. 롯데 일대를 제외한 석촌호수 지역 방문객만 해도 413만명이 넘었다. 지난해 260만명과 비교하면 58.9%가 늘었다. 방이맛골 호수단길 송리단길 등 인접 상권 매출은 286억원에 달했다.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 방문객도 분석 결과 확인됐다.

산책로에서 한걸음 벗어난 위치에 자리한 새 명물은 석촌호수 일대에 머무르는 관광객들을 가락시장 사거리로 이어지는 송파대로 일대까지 이끄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구는 현재 이 거리를 정원처럼 가꾸는 작업에 한창이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자연을 배경으로 산책과 여유, 예술과 빛을 즐길 수 있는 석촌호수의 입체적 변화가 실질적인 방문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사계절 머무르며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더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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