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찬덕’ ‘반덕’<한덕수와의 단일화 찬성·반대> 충돌…‘한덕수 변수’에 국힘 경선 요동
홍준표 “한 대행과 단일화 협상 길 열어놓겠다”
한동훈 “본선 승리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 할 것”
안철수 “한, 출마 고민할 때 아닌 국익 지킬 때”
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23일 밤 SNS를 통해 “한덕수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을 사퇴하고 출마한다면 제가 후보가 되더라도 반 이재명 빅텐트 단일화 협상의 길은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중범죄자가 우리나라를 통치하는 그런 불상사를 막는 길이 그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 그것이 혼미한 이 정국에서 제가 해야 하는 내 나라를 위한 마지막 소명이라면 흔쾌히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가 ‘반덕(한 대행과의 단일화 반대)’에서 ‘찬덕(단일화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 대행과의 단일화는 물론이고 한 대행의 출마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한 대행이) 출마하고 안 하고, 나는 그 문제는 고려의 대상 자체에 넣지 않는다”며 “한 대행 (대통령) 추대위원회라고 지금 언론에 나도는 분들 보니까 전부 민주당 사람들이던데, 민주당 사람들이 한 대행을 추대해 가지고 우리 당 잘 되라고 했겠냐”고 지적했다.
홍 후보가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바꾼 건 ‘한덕수 변수’가 국민의힘 경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갤럽 조사(15~17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홍준표 7%, 한덕수 7%, 김문수 7%, 한동훈 6%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홍준표 20%, 한덕수 20%, 김문수 18%, 한동훈 16%였다. 한 대행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를 묻자 ‘잘한다’ 41%, ‘잘못한다’ 50%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잘한다’는 응답이 88%로 압도적이었다. ‘한덕수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덕수 지지층’은 국민의힘 후보가 한 대행과 단일화 하기를 강력히 원한다는 관측이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표심을 파악한 김문수 후보는 애당초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4강이 가려진 직후 당내에서는 “‘한덕수 지지층’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4강 대결에서 김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결국 홍 후보도 상당한 세를 과시하는 ‘한덕수 지지층’을 마냥 무시할 수 없어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는 해석이다.
한 대행 출마에 부정적이던 한동훈 후보도 24일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한 후보는 이날 SNS를 통해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특히 한 총리와 저는 초유의 계엄 상황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고 꽃피우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말했다.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홍 후보와 한 후보가 입장 변화를 보이면서 국민의힘 ‘4강 대결’은 더욱 혼전으로 접어들게 됐다. 김 후보로 쏠릴 가능성이 점쳐지던 ‘찬덕’ 표심이 홍 후보와 한 후보로 분산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또 다른 4강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는 24일 SNS에 ‘한 대행님아, 부디 출마의 강을 건너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 대행 출마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 후보는 “한 대행은 탄핵 당한 윤석열정부의 유일한 국무총리였다. 국정 실패, 계엄, 탄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대행의 출마는 국민의 상식과 바람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은 트럼프정부와의 통상 전쟁에 대응해야 할 중대한 시기”라며 “미국 정부의 정책이 정권 출범 후 6개월 안에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은 출마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국익을 지킬 때”라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