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공시 2029년 도입 정황 …글로벌 흐름에 뒤처져”
주요국 공시 최초 적용 2025~2027년 몰려
글로벌 경쟁력·자본조달능력 심각하게 저하
조속한 공시 의무화 도입 기업 경쟁력 도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ESG 공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시 의무화 최초 시점을 2029년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왔다. 이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ESG 공시 도입을 늦게 한다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자본조달 능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중대한 오판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등은 이미 지속가능경제 기반을 구축해 놨고, 전 세계 주요국의 공시 최초 적용 시점이 2025년~2027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포럼은 조속한 공시 의무화 도입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3일 논평을 통해 “금융위원회 주최로 열린 ‘ESG금융 추진단’ 제5차 회의 결과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최초 시점을 2029년으로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나왔다”며 “이 시점을 국내 공시 도입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정책적 오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금융위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5차 ESG금융 추진단 회의를 열고 EU 옴니버스 패키지(Omnibus Package) 등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최근 주요국 동향과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검토 진행 상황을 논의했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EU 역외기업 공시 의무화(2029년) 등을 감안해 투자자 정보제공 요구가 높은 기업들의 최초 공시 시행 시기를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스코프3는 EU와 일본 등 사례와 기업 준비상황을 감안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일정 부분 추정을 허용하는 등 기업 부담을 경감하면서도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제공이 이루어지도록 세부 공시기준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금융위가 EU의 ‘옴니버스 패키지’를 예로 든 점에 주목했다. 마치 2029년(회계연도 2028년)을 사실상 국내 최초 공시 시점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EU는 최근 지속가능성 규제에 대한 완화 조치로서, EU 역외기업들에게 2029년부터 공시를 의무화했다. 최근 EU가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하여 지속가능성 규제를 완화하고 속도도 조절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EU는 어느 지역보다 빠른 속도로 ESG 공시를 필두로 한 지속가능성 관련 법·제도·정책을 구축해 왔다.
또한 전 세계 주요국의 공시 최초 적용 시점이 2025~2027년에 몰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공시 시점이 2029년으로 미뤄진다면 자금조달 기능 약화 등 글로벌 흐름에 뒤처질 것이 우려된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조속히 공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대기업 및 기업 협회들의 이같은 주장은 지극히 단기적인 관점에서 도출된 논리에 불과하다”며 “현재 발의되어 있는 자본시장법을 조속히 개정하여 2027년부터 법정공시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기업 협회 및 일부 대기업의 입장에 반박하며,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의존도(중국 19.5%, 미국 18.7%, EU 10.0%, 일본 4%)가 높은 국내 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공시를 조속히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트럼프 2.0 행정부가 시행하는 ESG 이슈의 선택적인 무역장벽화 △이미 구축된 EU의 지속가능경제 인프라 △규제와는 별개로 글로벌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에 대한 지속가능성 요구 등 대외적 여건상 공시 의무화를 서둘러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2.0 행정부는 ESG를 전반적으로 부정하고는 있으나,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할 경우 기후, 인권 등 지속가능성 이슈를 선택적으로 활용하여 무역장벽화 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미국 민주당이 발의한 청정경쟁법(CCA)과 공화당이 발의한 외국오염수수료법(FPFA)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양당이 모두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법안이다.
또한 EU가 최근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해 지속가능성 규제를 일부 완화하며 속도를 조절하고 있으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를 국내 공시 유예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U는 공시를 필두로, 이미 법·제도·정책을 정비해 왔으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경제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EU 기업의 ESG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며, “옴니버스 패키지 조치를 보고 지속가능성 의무공시 적용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