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법인·개인사업자 ‘위태’…은행 연체율 끌어올려
2월 연체율 0.58%, 6년3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
중소법인 연체율 0.9%, 2018년 이후 가장 높아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들이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 대출 연체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8%로 전월말(0.53%) 대비 0.05%p 상승했다. 연체율 0.58%는 2018년 11월 0.60% 이후 6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연체율 상승의 주요 원인은 중소기업 연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연체율 0.43%로 전월(0.43%)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전월(0.61%) 대비 0.07%p 상승했다.
대기업 연체율은 0.1%로 전월(0.05%) 대비 0.05%p 올랐고 중소기업(중소법인+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84%로 전월 대비 0.07%p 상승했다. 특히 중소법인 연체율은 0.9%로 전월(0.82%) 대비 0.08%p 오르면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76%로 전월(0.7%) 대비 0.06%p 올랐다.
중소법인 연체율이 0.9%를 넘어선 것은 2018년 5월 0.95%를 기록한 이후 6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2018년 11월 은행 연체율이 0.6%로 높았던 이유는 당시 대기업 연체율이 1.67%로 급격히 상승한 영향이 컸던 반면에 올해 2월은 중소기업 연체율 상승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2월말 연체율은 신규연체 감소 및 은행의 정리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월에 이어 상승했다”며 “이는 중소기업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연체율은 2023년 2월 0.09%, 지난해 2월 0.18%, 올해 2월 0.1%로 2년 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지만, 중소기업 연체율은 같은 기간 0.47%, 0.77%, 0.84%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통상 분기말 이뤄지는 은행들의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에도 불구하고 3월 연체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달 8일 박혜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초 들어 은행의 연체율 상승이 심상치 않고 연체율 상승은 중소법인 대출 및 개인사업자대출이 견인하고 있다”며 “분기말 연체채권을 상매각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하락하는 것이 통상적이나 이를 감안해도 3월 연체율이 높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연체율 상승이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은행이 이 정도면 카드나 캐피탈은 훨씬 높을 것”이라며 “부동산PF 충당금이 완화되며 올해부터는 대손비용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연내 꾸준히 보수적으로 봐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년 동기(0.42%)와 비교해 0.01%p 오르는 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과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등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2월말 신규연체 발생액은 2조9000억원으로 전월(3조2000억원) 대비 3000억원 감소했다. 은행들의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전월(1조원) 대비 8000억원 증가했다. 신규연체율(0.12%)도 전월(0.13%) 대비 0.01%p 하락했다.
금감원은 “향후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 등에 대비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