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지는 국힘…‘빅텐트 효과’ 기대하지만 ‘글쎄’

2025-04-25 13:00:14 게재

국민의힘 주자들,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에 큰 차이 뒤져

뒤늦게 “빅텐트 찬성” … 본선 승산 높여보려는 고육책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효과 기대 … “기득권 이합집산”

6.3 대선이 39일 남은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주자들의 열세가 드러나자, 보수진영에서 “판을 뒤집기 위한 빅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이준석·민주당 비명계를 묶는 ‘빅텐트’가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보수판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하자는 것.

다만 계엄과 탄핵에 대한 확실한 반성과 사과 없이 벌이는 보수판 ‘빅텐트 이벤트’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효과를 재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25일 YTN-엠브레인퍼블릭(23~24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에서 가상 3자 대결을 붙여본 결과, 국민의힘 후보들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큰 차이로 뒤졌다.

이재명 후보는 모든 상대와의 조사에서 48~49%를 기록한 반면 홍준표(28%) 김문수(26%) 한동훈(22%) 안철수(21%) 한덕수(29%)는 이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결과를 얻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6~7%를 기록했다. 산술적으로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후보 지지율을 합친다고 해도 이재명 후보에는 못 미쳤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패색이 짙어지자, 이를 단숨에 반전시킬 ‘빅 이벤트’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모습이다. ‘빅텐트’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대선 직전에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비명계 인사들을 반명(이재명) 기치 아래 묶는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 유권자들의 시선을 보수쪽에 끌어들이자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일찌감치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홍준표·한동훈·안철수 후보는 24일 뒤늦게 ‘빅텐트’에 동의하고 나섰다. 2차 경선을 앞두고 ‘한덕수 지지층’을 잡아야 한다는 계산도 있지만, 본선 승산을 1%라도 올리기 위해선 ‘빅텐트’라는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모습이다.

구 여권 인사는 24일 “대선 직전에 국민의힘 후보와 한 대행, 이준석 후보, 비명계 인사들이 손잡는 모습을 연출하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가 경쟁자(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크게 뒤지자, 당내에서는 “무소속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하라”는 요구가 쏟아졌고, 노 후보는 기득권을 포기한 채 단일화 협상에 응해 결국 대역전을 끌어냈다. 구 여권은 보수판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 판세를 뒤집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구 여권의 ‘빅텐트 이벤트’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효과를 재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평생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헌신한 노무현 후보는 ‘노풍’을 일으키면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고, 민주당 후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을 수용해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그 공감이 대역전의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다. 구 여권은 계엄·탄핵 사태에 대해 확실한 반성과 사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일부 후보는 여전히 ‘윤석열 감싸기’에 급급하다. 국민의힘 비주류 인사는 25일 “계엄과 탄핵에 대한 반성과 사과도 없이 묻지마 단일화를 하면 권력을 내놓기 싫은 기득권들의 이합집산이란 비이냥이나 듣게 될 것”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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