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디지털손해보험사 결국 흡수합병

2025-04-25 13:00:29 게재

한화손보, 캐롯 지분 98%로 늘려 … 자사주도 곧 매입

한화손해보험이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의 지분율을 높인다. 다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사들였는데 사실상 흡수합병 수순이다.

한화손보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캐롯 주식 2586만4084주를 2056억원에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사들인 주식은 T맵모빌리티 600만주, 현대자동차 140만주, 스택팬아시아 사모투자 600만주 알토스벤처스 580만주 등이다. 한화손보는 공시한 지분을 오는 29일까지 취득한다. 예정된 주식을 모두 사들일 경우 한화손보의 캐롯 지분율은 59.57%에서 98.3%로 오른다. 한화손보는 나머지 1.7% 우리사주 지분도 마저 사들여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캐롯은 2019년 보험 IT 자동차 투자사 등이 모여 설립한 국내 최초 디지털보험사다.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적자가 이어졌고, 주주들은 쉬지 않고 증자에 참여했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되는데다가 지난해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대한 새로운 회계제도를 도입·적용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캐롯의 지난해 3분기 지급여력 비율은 189.44%였으나 새 회계제도를 반영하면서 156.24%로 급락했다.

주주들의 더 이상의 증자를 거부했다. 결국 한화손보는 캐롯 운영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왔다.

흡수합병이 마무리 되면 캐롯이 보유한 각종 보험 계약은 한화손보로 넘어간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계약건수는 67만건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손보는 우선 캐롯 전직원의 고용승계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 자회사인 캐롯이 디지털 분야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이미 손익은 연결기준으로 모두 반영됐고, 회계 분야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은 디지털보험사는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생명보험 1개사, 손해보험 1개사 등이다. 두 회사 모두 성장하고 있지만 투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현재 제도에서는 ‘밑빠진독 물붓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자조섞인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사라고 하지만 금융사의 규제를 모두 받으면서 막대한 디지털 투자까지 이중부담을 했다”며 “핀테크업체에 비해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핵심 회사의 모회사 합병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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