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신종자본증권 비중 평균 20%…부채비율 15.1배 상승
2019년 6.6% 대비 크게 확대…해외 금융사 8%대 보다 높아
조기상환 관례화된 점 감안해 열위에 있는 자기자본으로 인식
지난해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기자본 중 신종자본증권 비중이 평균 20.2%로 나타났다. 2019년 말 6.6% 대비 크게 확대됐다. 해외 금융사들이 평균 8%대인 것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최대한 보수적인 가정 하에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 신종자본증권 전체를 부채로 재분류 할 경우 레버리지배율은 15.1배로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또한 해외 금융사 대비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자본이 아닌 차입 부채를 조달하여 차환하는 것과 같다며 조기상환이 관례화된 점을 감안해 열위에 있는 자기자본으로 인식,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사 자본 영구채 비중 36.5% = 25일 한국기업평가가 작년 말 기준 신종자본증권 발행잔액이 존재하는 69개 금융회사의 별도기준 재무 현황을 살펴본 결과 자기자본 중 신종자본증권 비중은 평균 20.2%에 달했다. 자본잠식 상태인 KDB생명(391.8%)을 제외한 68개사 평균도 14.4%다.
업권별로는 보험 36.5%(KDB생명 제외시 15.6%), 기타금융 32.9%, 금융지주 18.2%, 할부리스 15.0%, 증권 10.9%, 신용카드 10.0%, 은행 7.0% 순으로 높다.
이중 21개사는 자기자본 중 신종자본증권 비중이 20%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었다. 작년 신종자본증권 배당 규모가 세전순이익의 10%를 상회하는 금융회사도 12개사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국내 금융지주 10개사의 연결기준 자기자본 중 신종자본증권 비중은 평균 12.7%로, 해외 금융회사(북미 9개사 8.8%, 유럽 11개사 8.2%) 대비 높은 수준이다.
김정현 한기평 전문위원은 “발행회사 입장에서 자본확충 수단이 다각화된 점은 자본관리의 효율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점은 자본의 질적 측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구채라 쓰고 5년물이라 읽는다” = 특히 관례화된 조기상환을 감안하면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금융사들은 차환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다.
작년 말 기준 발행잔액이 존재하는 금융사에 콜옵션이 미행사된 신종자본증권은 총 7건, 3920억원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조기상환유인으로 작용하는 Step-up 조건이 존재하고 통상 콜옵션 행사시점 도래시 중도 상환되고 있다. 2023년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번복 사례가 보여주듯이 투자자들은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를 최초 콜옵션 행사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금융회사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영구채라고 쓰고 5년물이라고 읽는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하면 차입 부채를 조달해 차환하는 것과 같다. 이에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 신종자본증권 전체를 부채로 재분류해 본 결과 레버리지배율은 15.1배로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역시 해외 금융사 대비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났다.
작년 말 국내 금융지주 10개사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평균 115.6%로 금융당국의 권고기준(130%)를 하회하고 있으나,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한 자기자본 기준으로 산출한 조정 이중레버리지비율은 평균 138.8%에 달하고 있다. 금융지주 10개사 중 7개사의 조정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30%를 상회했다.
◆금융당국 자본적정성 관리 유도 = 자본성증권은 금융회사 자본규제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을 의미한다. 발행조건에 자본규제상 요구되는 자본적 특성(후순위성, 만기의 영구성, 이자지급의 임의성, 조건부자본 요건 등)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일반 자본성증권인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과 조건부자본증권인 코코 후순위, 코코 신종으로 구분된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4가지 유형 중 만기가 없는 영구적 형태이거나 만기 도래시 발행회사 선택으로 계약상 의무를 결제하기 위한 금융자산의 인도를 회피할 수 있는 조건인 신종자본증권과 코코 신종을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부채와 자본의 특성을 모두 지닌 하이브리드증권으로 이자(배당)도 손익계산서 상 비용이 아닌 이익잉여금 감소로 회계처리된다. 신종자본증권은 '무늬만 자본'인 부채라는 비판이 많다.
콜옵션 행사일이 임박하면 결국 갚아야 할 빚이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정현 전문위원은 “특히 금융사 신종자본증권은 조기상환이 관례화된 점을 감안해 경제적 실질과 자본의 지속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자기자본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라며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사의 자본적정성 관리에 있어 자본성증권 발행보다는 보통주자본 위주의 자본확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지주계열의 경우 금융지주가 인수하는 자회사 신종자본증권은 조기상환유인(Step-up)이 없는 형태로 발행하는 것이 자본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전문위원은 또 “신용평가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자본인정비율이나 자본인정한도 제한으로 자본적정성 평가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금융회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외에 이익유보와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병행해 자본의 질적 제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