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앞 ‘강경대 기념상’ 존치 갈등
유족·추모사업회, 이전에 반대 “영구 설치해야”
의원들 “철거 반대” ··· 대학측 “새로 논의할 것”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앞 거리에 있는 강경대 열사 기념상 존치를 놓고 명지대측과 유가족·추모사업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강경대추모사업회와 명지민주동문회는 25일 오후 명지대 인문캠퍼스 복합관 앞에서 임연수 총장에게 전하는 호소문 낭독을 통해 “강경대 기념상이 열사가 희생된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시민들과 마주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밝혔다.
이들이 호소문을 낸 이유는 임시 설치된 강 열사 기념상이 다시 옮겨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앞서 유가족·추모사업회는 2021년 서대문구와 함께 강 열사가 사망한 현장을 ‘강경대 거리’로 지정하고 기념상을 세우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해당 인도의 소유권이 있는 명지대측이 강 열사 흔적이 너무 많다는 이유 등으로 난색을 보였다.
그러자 추모사업회는 매년 추모 기간에만 기념상을 설치하는 조건의 합의를 했다. 이어 2024년 4월 기념상을 제작·설치했다가 추모제가 끝난 뒤 자진 철거했다.
추모사업회는 대학측이 복합관 신축을 추진하며 그 위치에 있던 동문들이 이미 설치한 강 열사 추모동판을 철거하려 했던 과거 일을 상기했다.
추모사업회는 “1992년 추모동판의 설치를 막고 2019년 건물 신축을 핑계로 (대학측은) 강제 철거하려 했다”라며 “학교는 강 열사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투쟁한 명지인의 역사와 흔적을 지우고 숨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기념상 이전 합의도 어쩔 수 없이 했다는 것이다.

강 열사는 노태우정부 시기인 1991년 4월 26일 학원자주화와 군부독재정권 타도 시위를 하던 도중 사복경찰인 ‘백골단’ 5명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대학 1학년생이던 열사가 사망하자 전국에서 민주화운동이 거세졌고 ‘열사투쟁 정국’이 만들어졌다. 강 열사는 민주화운동 인물로 인정됐고 2021년 6월 국민훈장 모란장이 추서됐다.
◆ 교육위 의원들 ‘기념상 철거 반대’ 회견 =
강 열사 기념상 존치 갈등이 알려지자 국회 교육위원회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등 13명, 복기왕 윤종근 이병진 민주당 의원 등 총 16명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추모 동상 철거 반대 회견을 열었다.
의원들은 “학교측 반대로 강경대 기념상 설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유가족·추모사업회는 눈물을 머금고 ‘추모기간 일주일 동안만 기념상을 설치하고 자진 철거한다’라는 합의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강경대 기념상은 단지 기념물이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 공동체 가치를 상징하는 ‘산 자를 위한 죽은 자의 선물’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념상이 상시 설치될 수 있도록 명지대 당국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경대열사를 기억하는 대학생 모임’도 25일 오후 강 열사 기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열사 강경대 기념상 영구 설치를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종혁 추모사업회장은 “강경대 기념상이 백골단에 희생된 현장에 일상적으로 설치돼야 한다”며 “시민·미래세대와 마주하며 민주주의, 인권, 생명, 공동체를 지키는 불빛이 될 수 있도록 학교측이 허락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명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학교측이 기울여온 노력이 있지만 많은 분들이 말씀하니 우리도 새롭게 논의를 할 것”이라며 “이전(합의)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 29일쯤 결론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추모사업회 회원과 동문들은 올해 34주기 추모제 이후에도 1인 시위를 통해 기념상을 지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