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서울광장, 문화 품은 정원으로
일회성 행사 위주 공간 활용은 지양
정원 있는 숲처럼…그늘·긴의자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이 문화와 예술을 품은 정원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28일 서울광장을 행사 중심 이벤트형 광장에서 소나무·느티나무 숲과 곳곳에 정원이 펼쳐진 도심 속 녹색공간으로 재조성한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은 서울의 랜드마크다. 민주주의 위기가 올 때면 시국 집회가 열렸고 전 국민이 하나로 뭉쳤던 2002년 월드컵 당시엔 광장 가득히 응원단이 모였다. 하지만 국가적 행사가 없을 때에는 일회성 행사나 스케이트장으로 사용되는 등 장소의 상징성에 비해 활용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 관계자는 “뉴요커들의 대표적 쉼터인 뉴욕 맨해튼 매디슨 스퀘어파크처럼 문화·예술 공연부터 행사 휴식 산책이 모두 가능한 정원같은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라며 “28일부터 시민들에 공개한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의 정원화는 광장 본연의 의미를 되찾은 것이기도 하다. 서울광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거리 응원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시민들은 당시 열기와 함성을 이어가는 국민 단합의 상징으로 사용하려면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시는 조례를 개정해 광장 조성에 나섰고 기존 차도를 걷어낸 뒤 잔디를 깔아 2004년 5월 ‘서울광장’을 선보였다.
서울광장의 변신은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간 광장은 다양한 행사와 축제 장소로 이용됐지만 특성상 그늘과 휴식 공간이 부족한데다 과다한 소음으로 활용방법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걷기 산책 등이 시민 일상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서울광장은 대규모 행사에는 어울리지만 앉아서 쉬거나 산책을 즐길만한 공간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정원화는 광장에 일종의 ‘숨’을 불어 넣는 기획이다. 지난 2023년에 식재한 광장 양쪽에 소나무 24그루와 느티나무 6그루를 추가해 휴식공간과 녹음을 제공한다. 기존 나무들 하단부는 다양한 꽃과 나무로 채워진 이른바 ‘한뼘 정원’으로 꾸몄다.
광장 주변에는 산단풍 마가목 등 이동이 가능한 화분 300여개를 배치해 정원형 도시광장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광장 한편에는 거울에 비친 시청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을 설치해 시민과 외국인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바닥은 자연 친화적으로 바꿨다. 연중 약 300여일 행사를 개최해 훼손과 복구를 반복했던 잔디를 서울 기후 특성에 맞는 한국형 잔디로 교체했다. 잔디 사이에는 목재길을 조성해 보행 편의와 잔디 보호는 물론 경관 개선도 시도했다.
시는 서울광장 정원화로 약 331.92톤의 탄소저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정원조성, 바닥 목재 설치 등을 통해 도심 녹지 확충, 그린인프라 확대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반기엔 서울광장 2차 개선 프로젝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11월부터 광장 동쪽에 쉼터 6곳을 추가로 조성하고 정원 주변에는 방문객이 걸터앉아 쉴 수 있는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내년 4월이면 명실상부한 정원형 서울광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원형 광장이 되면 집회 및 지방 지자체 특산물 축제 등 행사 기능이 위축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도 집회 및 시위는 광화문광장, 행사는 서울광장으로 이원화되어 있고 청계광장을 활용하면 행사 공간은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서울의 랜드마크인 서울광장을 단순 행사 관람과 참여의 공간을 넘어 문화와 예술을 누리면서 오래 머물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변화시켜 가겠다”며 “뉴욕시민의 자랑인 매디슨 스퀘어 파크처럼 서울광장이 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과 매력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