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로 미 항만·항공 물류시장 직격탄

2025-04-28 13:00:20 게재

5월 운송예약 취소 잇따라 ‘공백 항해’

가격상승+소비위축 ‘이중 충격’ 경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의 여파로 미국 항만 및 항공 화물 운송량이 급감하며 관련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수입업체들은 양국 간 합의를 기대하며 상품 운송을 보류하고 있고, 이는 예약 건수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컨테이너선 데이터 서비스업체 비지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수입품 145% 관세 부과 이후 4월 중순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 예약은 1년 전보다 45% 감소했다.

선박 운항 취소(블랭크 세일링·공백 항해)도 잇따르고 있다. 컨테이너선 분석기관인 씨인텔리전스는 주문량 감소로 인해 로스앤젤레스항 도착 예정 선박의 결항, 즉 ‘공백 항해’가 급증했다고 보고했다. 5월 초 4주간 아시아발 북미행 컨테이너 예약량은 계획 대비 약 40만개 감소했으며, 이는 관세 부과 이전인 3월 초 대비 25% 줄어든 수치다. 로스앤젤레스항만은 5월에만 20건의 공백 항해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25만 개 이상의 컨테이너에 해당하며 4월의 6건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항공화물 수요도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항공화물운송협회(Airforwarders Association)는 회원사들의 중국발 예약 건수가 약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은 “관세 인상과 디 미니미스(de minimis) 규정 변경으로 미-중 간 항공화물 수요가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 미니미스 제도는 800달러 이하 물품에 대해 무관세 수입을 허용해왔으나, 미국은 오는 5월 2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해 이 혜택을 철회할 방침이다.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라비니아 라우 최고상업책임자는 관세 및 소액소포 면세 제도 폐지로 인해 중국과 미국 간 수요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홍콩 화물 운송업체 이지웨이 에어프라이트는 관세 인상 이후 중국발 미국행 사업이 약 5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수입업체들은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 물류회사 플렉스포트의 네이선 스트랭 해상운송 디렉터는 “기업들이 워싱턴과 베이징 간 협상 결과를 지켜보며 선적을 보류하고 있다”며 “재고를 보세창고에 저장하거나, 일부 물량은 캐나다 등 인접국으로 우회시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화물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재고 비축과 공급망 재편 노력으로 인해 당분간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일부 운송업체와 소매업체들은 이미 영향을 느끼기 시작했다.

미국 7위 트럭운송회사인 나이트-스위프트 트랜스포테이션의 최고경영자(CEO) 아담 밀러는 관세 위협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예상되는 물량 감소를 경고했다. 그는 주요 고객들이 5월 물량 감소로 이어질 관세 비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중국 외 지역으로 공급망을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소매업 컨설턴트들은 미시건 대학 소비자 신뢰 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소비 심리 위축이 소매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 판매업체 지원 기업 모멘텀 커머스의 존 셰이 CEO는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라는 잠재적인 “이중 충격(double whammy)”을 경고하며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상품을 찾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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