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기간프리미엄 고공행진
블룸버그 “투자자 장기채 전망 우려”
이달 들어 ‘달러자산 매도(셀 아메리카)’ 상황이 펼쳐지면서 미국정부 재원조달 핵심인 미국채 장기물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랙록과 브랜디와인, 뱅가드 등 글로벌 채권운용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취임 100일(미 현지시각 29일)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불확실성이 전통적 안전자산인 미국채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지표는 기간프리미엄으로, 지난 24일 기준 0.65%p다. 2014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이는 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는 데 따른 위험 보상 성격을 띤다.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무역전쟁과 세금감면정책, 설익은 각종 정책 등이 이미 약세조짐을 보이는 경제성장과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막대한 재정적자 등에 어떤 의미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30억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채권운용사 브랜디와인의 잭 매킨타이어는 “우리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맞았다”며 “트럼프정부가 관세정책을 뒤로 물린다고 해도, 불확실성 수준은 여전히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기간프리미엄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투자자들이 미국채를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상황은 아니다. JP모간자산운용은 유럽국채보다 미국채를 선호한다. 이달 미국채 30년물 경매에서도 투자수요는 양호했다. 투자자 우려가 일부 완화되며 장기채 수익률이 이달초 정점에서 하락했다.
최근 달러와 미국주식, 미국채의 트리플약세를 “신흥국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던 글로벌 채권운용사 핌코도 여전히 미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하지만 핌코는 미국채 수익률 향방에 대해선 경계하는 상황이다. 장기채보다 5년~10년물을 선호한다.
장기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시사하는 다른 신호도 있다. 이달 들어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뒤 30년물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금리가 하락했지만 이달 2일(현지시각) 트럼프정부가 ‘해방의 날’ 관세를 선언할 때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0조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뱅가드는 장기채에 요구되는 기간프리미엄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정부 재정적자가 커지면서 미국채 발행량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뱅가드 채권상품 매니저인 레베카 벤터는 “미정부 재정리스크를 고려하면 기간프리미엄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뱅가드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1% 미만으로 예상한다. 현실화하면 2020년 이래 최저치다. 벤터는 “미국 재정적자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오는 30일(현지시각) 향후 석달간 미국채 발행계획을 공개한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에 쏠리고 있다. 월가는 미국채 경매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공화당은 현재 세금감면정책에 대한 재원을 어디서 조달할지 논의중이다. 이는 향후 기간프리미엄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이 될 전망이다.
기간프리미엄이 중요한 이유는 극히 적은 수준의 금리가 올라도 미정부 부담이 막대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간 이자로 지출하는 비용이 1조달러에 육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이자비용은 지난해 8819억달러였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9520억달러, 내년 1조100억달러로 예상된다.
12조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록은 보고서에서 “이달 초 미국자산 전반의 동시 하락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정부 재정조달을 둘러싼 우려, 미국채가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에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며 “미국채 매도세는 투자자들이 커진 리스크에 따라 더 큰 보상을 요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