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77% 얻은‘대세론’, “이재명이냐 아니냐” 구도 넘어야
지지층·국회의원 한덩어리, 경선 역대 최고 득표
위기 넘긴 오뚝이 행보·내란 사태 겹쳐 상승효과
정파 구별없는 통합 행보 예고 … “내실 갖춰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89.77%의 지지율을 보인 이재명 후보의 대세론이 ‘이재명이냐 아니냐’의 대선 본선구도를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지지층의 압도적 지지를 발판으로 유보층의 신뢰를 끌어올지, 아니면 당·국회 등에 이어 행정권력까지 장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키울지가 관건이다. 이 후보는 당과 지지층의 높은 지지를 “압도적 정권탈환을 통해 내란과 퇴행의 구시대를 청산하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출마선언에서 강조한 중도·실용행보를 강화하고 본선을 준비하는 선거캠프에도 진보·보수 인사를 다양하게 배치하고, 향후 내각에도 ‘전문가 위주’로 인선하는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으로 출발한 민주당 대선 경선은 이 후보가 9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결선없이 끝났다. 객관적 전력상 이 후보의 전력이 압도적이지만 당원뿐 아니라 지지층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인단 투표에서도 89.21%를 기록했다. 이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카드라는 당 안팎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이 후보가 순회경선 연설 말미에 ‘지금은 이재명입니다’를 외칠 때 당원과 행사 참석자들이 ‘이재명’을 따라 했다”면서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가장 준비가 잘 된 후보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이 후보의 개인적 굴곡과 정치인으로서의 위기 극복과정을 당원들이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특히 12.3 내란을 거치면서 당과 후보가 일체화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 후보와 관련한 사법리스크 등등이 거론됐지만 당원과 지지층에게는 핵심 이슈가 아니었다”면서 “어떻게 하면 정권을 바꿀까, 새 정부를 잘 운영할까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본선에서도 (사법리스크) 큰 이슈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민의힘 경선과 한덕수 총리의 출마 여부 등이 남아 있지만 본선구도는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가지 않겠느냐”면서 “민주당 경선에서 확인된 대세론을 본선으로 끌어갈 수 있는 유연한 행보, 중도·보수인사들의 동참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로 평가 받으면서 세번째 대선에 도전하면서 이 후보 개인의 역경사가 다시 거론된다.
정치인으로 변신해 성남시장으로 당선돼 무상 교복, 공공산후조리 지원, 청년 배당 등 보편적 복지 사업을 펼치며 주목을 끌었다. 2016년 11월 촛불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며 ‘사이다’ 이미지를 구축한 후 2017년 대선 경선에서 소수 정예 선거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세적인 선거운동을 벌였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후 기본소득을 비롯해 기본금융, 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를 자신만의 정책 의제로 구체화했다. 또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 한 참모그룹을 확대하면서 대선 재도전을 길을 준비했다. 2021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른바 ‘명낙 대전’을 거치며 승리했으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에 휘말려 윤석열 후보와 경쟁에서 패했다. 당시 윤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는 0.73%p로 역대 대선 사상 최소 득표율 격차였다.
대선 패배 이후는 사실상 당의 주류가 되는 과정이었다. 2022년 6월 인천 계양을 재보궐을 통해 국회로 들어온 후 그해 8월 당 대표로 선출돼 당을 장악했다.
2023년 9월 23일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다시 한번 정치적 위기를 맞았으나 9월 27일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며 다시 한번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다. 지난해 1월 2일에는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 방문 도중 목에 칼을 찔려 생명의 위협을 겪었지만 이후 총선에서 야권의 압승을 견인하며 대권주자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12. 3 비상계엄 당시 야당 대표로 계엄 해제 요구 안건을 통과시킨 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완수한 순간, 사실상 대선 재도전도 확정된 셈이었다. 지난달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대선 후보 자격 시비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단단한 응집력은 기회이면서도 위기다. 확장성 시비를 불러온다. 원내 170석의 절대과반 의석에 행정부 권한까지 틀어쥐면 견제할 수가 없다는 절대권력 프레임을 거론한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정파와 이념을 떠난 통합형 선거캠프를 예고했다.
기존 비명·친명·친문 인사로 구성된 경선 캠프를 당으로 확장해 본선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와 19대 대선부터 호흡을 맞춰온 7인회와 당 대표로 재임하며 함께 한 신친명계 등이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미 당과 선거캠프는 물론 당 밖의 조직도 모두 이 후보 중심으로 짜여진 조직이라고 해도 과언니 아니다”면서 “외부 전문가 그룹에서 합류하는 경우를 빼고는 모두 친명계 조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외형상의 통합에 어울리는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는 통합형 인사가 이뤄질 것이냐를 주목하기도 한다. 한 중진의원은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합당한 임무와 역할이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구색맞추기식이라는 평가가 나오면 본선에서 확장성을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명환 박준규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