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 ‘예외주의’ 트럼프 취임 100일만 소멸중
블룸버그통신
“성장·유동성·법치
3개 기둥 흔들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 경제혁명이 사실상 ‘아메리카 라스트(미국 최후)’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6일 “트럼프정부에 우려하는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자산을 도매금으로 던지며 주식과 채권 달러 등이 동시에 하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현재 행보를 지속한다면, 증시의 약세장 진입은 물론 금융위기까지 일어날 수 있다”며 "약 100일 전 트럼프 2기정부 취임을 앞두고 미국시장 예외주의에 더욱 불이 붙을 것이라고 들떴던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엄청난 반전"이라고 전했다.
미국증시의 남다른 실적을 의미하는 예외주의는 트럼프 1기정부 시작과 함께 등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를 뒷받침하는 3가지 기둥은 성장과 유동성, 법치다.
먼저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역동적인 기업가정신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생산성 성장을 의미했다.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미국 생산성 성장은 유럽의 2배였다. 이는 경제성장률 격차로 이어졌다.
미국 경제성장은 막대한 재정부양책 도움을 받았다. 이는 기업이익을 치솟게 했다. 트럼프 1기정부 때인 2017년 ‘감세·일자리법’(TCJA),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부양책은 경제성장에 불을 붙였다. 미국정부의 금융자산을 민간부문으로 대규모 이전하는 성격이었다.
이로 인한 미국정부의 적자는 엄청났다. 2018~2024년 국내총생산(GDP)의 7.6%에 달했다. 반면 유럽은 엄격한 재정준칙 때문에 제한적이었다. 2018~2023년 GDP의 3.2%를 민간으로 이전했다.
이러한 격차는 경제성장률로 이어졌다. 2018~2024년 미국의 누적 경제성장률은 15.3%인 반면 유럽은 8.4%에 그쳤다. 기업이익 성장률도 비슷한 추세였다. S&P500 지수는 2018~2024년 118% 상승했다. 유럽의 스톡스600 지수는 31%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 예외주의는 성장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전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가장 크고 유동적인 자본시장을 갖고 있다. 유동성이라는 기둥은 위기시 투자자들이 미국채와 달러로 모여들게 만든다. 이른바 피난처다.
게다가 전세계 가장 오랫동안 연속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미국은 매우 정교한 계약법 체제를 갖추고 있다. 중국 위안화와 달리 달러는 전세계 모든 통화와 자유롭게 교환된다. 개인이나 기업, 금융가들이 원할 때나 필요할 때 달러자산을 사고파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미국에 있는 어떤 외국인 투자자도 갑자기 자산을 압수당하거나 변덕스러운 세율로 과세 당할 것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현재까진 그랬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의제는 미국의 법치, 미국경제의 지속적 성과에 대한 신뢰를 크게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이달 초 ‘해방의 날’ 갑작스레 부과된 고율관세다. 블룸버그는 ”미국 경제정책이 언제라도 갑작스레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리고 해방의 날 관세는 공동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그 어떤 경제프레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과 거래하거나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자본에 리스크를 초래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충격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정부는 고율관세와 이민자 추방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물가를 올리고 성장을 둔화시킬 전망이다. 그리고 트럼프정부는 재정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TCJA를 연장할 방침이다. 거대 선진경제국 중 전시나 경기침체, 팬데믹이 아닌 상황에서 미국처럼 적자가 많은 경우는 없다.
블룸버그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에서 트럼프정부가 적자를 줄이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는 채권시장은 결국 반발할 것“이라며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6%까지 높아지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이는 경기침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금융시장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다. 특히 위태로운 건 이 모든 상황이 달러가치가 하락하는 것과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손실을 감내하며 관망중“이라며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미국을 경제침체로 이끌지, 그 침체가 얼마나 깊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기업의 나라이자 국제 파트너라는 신뢰의 훼손은 복구하는 데 수년, 수십년이 걸릴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