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산불 민가 위협…헬기 53대로 진화 총력
도심형 대형산불에 재난 당국 초긴장
밤새 주민 수천명 대피…인근 휴교령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민가를 위협하면서 한때 주민 56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이번 산불은 민가가 밀집한 도심형 대형산불이어서 긴장감이 더 높았다. 산림당국은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일출과 함께 헬기 53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29일 대구시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함지산 산불은 28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노곡동 산53 함지산에서 발생했다. 이후 산불이 초속 10m 이상의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면서 오후 6시쯤 피해면적이 151㏊에 이르러 산불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이때부터 산불진화 지휘권도 북구청장에서 대구시장(권한대행)으로 넘어갔다. 지휘권은 100㏊ 이하일 때는 기초단체장이 맡고, 이를 넘어서 1000㏊까지는 광역단체장이 맡는다. 피해면적이 1000㏊를 넘어서면 산림청장이 진화를 지휘한다.
이날 오전 8시 현재 함지산 산불 진화율은 82%로 추정됐다. 산불영향구역은 260㏊로 늘어났다. 전체 불길 11㎞ 가운데 9㎞가 진화됐다.
함지산 산불 현장에는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산림청과 국방부, 경찰, 소방청, 지자체 등의 헬기 53대가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9일 오전 5시부터 진화헬기 수십대가 투입돼 산격대교와 무태교 사이 금호강에서 취수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산불발생지역 인근 노곡동, 조야동 서변동 등 지역주민 3514가구 6500명에게 대피문자를 발송해 팔달초 매천초 동변중 등 대피소 7곳에 661명을 수용했고 나머지 주민은 친·인척 집 등으로 대피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함지산 산불이 더 위협적인 것은 인근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있는 도심 한가운데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특히 산불이 발생한 함지산 서편 칠곡지구에는 30여만명이 밀집된 주거지역이 있고, 동편에도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돼 있어 한때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 지역 주민 일부는 산불 피해를 우려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도심형 산불은 진화도 중요하지만, 주민이나 주택 피해를 막는 게 급선무다. 따라서 산림청과 소방청 지자체의 원활한 협조 체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도심형 대형산불에 대한 정확한 매뉴얼은 없는 상태다. 서울시가 최근 도심형 산불에 대한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 정도다. 다만 지난달 경북지역 산불로 대규모 인명·민가 피해가 발생한 만큼 관계 기관들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상태다.
함지산 산불 영향으로 경부고속도로 북대구 나들목 진출입이 이틀째 통제됐다 29일 오전 6시 30분에 통행이 재개됐다. 28일 오후 한때 노곡교·조야교·무태교·산격대교 등 국·시도에 대한 차량 진출입이 차단되기도 했다.
인근 학교들의 휴교도 잇따랐다. 대구시교육청은 서변초·성북초·서변중 등 학교 3곳과 동서변유치원·청보리숲유치원 등 사립유치원 2곳을 29일 하루 휴교·휴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전날 오후 7시 산불이 확산하자 팔공산수련원에서 수련활동 중이던 봉무초 134명, 동평초 182명의 학생과 인솔 교사들을 귀가시켰다. 29일 입소 예정이었던 월암초와 서변초의 수련활동도 연기하도록 했다.
한편 산불이 발생한 함지산은 지난 1일부터 대구시가 행정명령을 내려 입산이 통제된 곳으로 당국이 화재 원인을 추적 조사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날과 달리 29일 오전에는 바람이 강하지 않아 오전 주불 진화를 목표로 가용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