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스타링크 대항마 ‘쿠이퍼’ 발사
위성 27기 성공적 배치
저궤도 인터넷망 가동 돌입
아마존이 광대역 인터넷 프로젝트 ‘쿠이퍼(Project Kuiper)’의 첫 번째 위성들을 발사하며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에 맞설 준비를 본격화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는 쿠이퍼 위성 27기가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아틀라스V 로켓에 실려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는 아마존이 구축하려는 저궤도(LEO) 위성 인터넷망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아마존은 약 3200기의 위성으로 구성된 쿠이퍼 네트워크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타링크의 독점 구조를 경계하는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발사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퀼티 스페이스의 전문가 케일럽 헨리는 “쿠이퍼는 이제 시장에 뛰어든 대형 경쟁자”라며 “지금부터는 빠르고 정기적인 발사를 통해 조속히 서비스 개시를 위한 충분한 위성을 쌓아 올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쿠이퍼는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아마존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중 하나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은 스타링크와 마찬가지로 개인, 기업, 정부 고객을 겨냥하고 있으며, 올해 말 인터넷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앤디 재시 CEO는 쿠이퍼가 최대 3억~4억명에게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쿠이퍼는 생산 지연에 시달려왔다. 이달 초 예정됐던 발사는 악천후로 취소됐으며, 이번 비행 전까지 시험 발사된 것은 단 2기였다.
반면 스타링크는 2019년 첫 위성 발사 이후 지금까지 7000기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렸으며, 45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궤도 위성의 60% 이상을 스타링크가 차지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통신망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맺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면서 외국 정부와 기업들이 대체 수단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고 FT는 분석했다.
아마존은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인 ULA, 유럽의 아리안스페이스,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 심지어 머스크의 스페이스X로부터도 발사 계약을 확보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아마존의 쿠이퍼 프로젝트에 대해 2025년 7월까지 전체 위성 계획의 절반을 궤도에 올릴 것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그러나 생산과 발사 지연으로 이 목표를 맞추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케일럽 헨리는 “아마존이 예정된 기한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은 일찌감치 예상됐다”라며 “FCC가 연장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은 다만 진지하게 위성망 구축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