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불안정 노동

노동공제조합 입법, 불안정 노동자 구원투수되나

2025-04-30 13:00:37 게재

플랫폼·프리랜서 노동, 노사관계·노동법 사각지대 … “경쟁자에서 동료로, 금융·의료·복지·상조 등 삶의 문제 해결”

세계 노동절은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이다 경찰의 총에 6명이 숨진 것을 추모하는 날이다. 1889년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5월 1일을 세계 노동절로 제정했다. 올해는 세계노동절 135주년이다.

우리나라는 1923년 일제강점기 ‘조선노동총연맹’ 주도로 처음 기념하기 시작했다. 1958년에 노동절이 대한노총(한국노총 전신) 창립일인 3월 10일로 변경됐다. 1963년에는 노동절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바꿨다. 1994년부터는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기술발전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등 불안정 노동자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노사관계나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낮은 임금, 장시간·심야노동에 시달리고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제도 확대에도 제한적이다. 게다가 잦은 이동성과 고립성 때문에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하기가 어렵다. 새로운 대안으로 노동공제조합이 떠오르고 있다.

노동공제조합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세기 말 영국이었다. 산업혁명 시기 유럽 노동자들은 하루 16시간 이상 일을 했다. 과로에 지친 노동자들은 술을 마시며 넋두리하다가 무슨 일이 있을 때 서로 돕기로 약속하고 매월 조금씩 돈을 모았다. 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했고 노조 탄생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1920년 4월 11일 조선노동공제회가 창립된 바 있다.

불안전 노동자 급증에 따라 2021년 6월 (사)노동공제연합 풀빵이 출범했다. 한국노총과 가사노동자협회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이 같은 해 10월 (재)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가 창립하는 등 다양한 노동공제조합이 탄생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는 노동공제조합 활성화를 위한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노동공제연합 (사)풀빵,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한국노동공제회)는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불안정노동자 자조와 연대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한국노동공제회 제공

불안정 노동자들과 노동공제조합들이 노동공제조합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한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했다.

노동공제연합 (사)풀빵,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한국노동공제회)는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불안정노동자 자조와 연대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17일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안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완주·진안·무주군)은 인사말에서 “현행 법률에서는 노동공제사업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 근로복지기본법에 노동공제조합에 대한 조항을 추가해 노동공제조합의 설립 조직 운영 재원 사업에 대한 규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제로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안은 제안 이유에서 “현행법의 규율 대상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한정돼 고용형태의 다양화 및 기술발전 등으로 인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다양한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 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이들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제도의 확대 이외에도 노동공제조합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근로자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근로조건의 개선 등을 목적으로 노동공제조합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개정안 제3조에 ‘근로복지정책에는 근로복지의 향상을 위해 근로자 등이 공제단체를 자주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한국노동공제회와 수원시이동노동자쉼터가 2024년 12월 3일 경기 수원D마트에서 ‘따끈따끈 간식차’를 운영하고 이동노동자들에게 어묵 붕어빵 핫팩 방한양말을 제공했다. 사진 한국노동공제회 제공

●공적 지원 있어야 노동공제운동 안착 가능 = 이어진 토론회에서 12년차 대리운전기사인 이미영 카부기공제회(카드라이브 부산·울산·경남 대리기사 공제회) 공동대표는 노동공제조합을 만나기 전 상황에 대해 “2020년 코로나19 발생으로 소득이 반의반 토막으로 줄어도 월소득을 확인할 수 없다며 고용안정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리기사들이 60여일간 동시다발 1인 시위를 통해 지원받게 된 것을 계기로 2022년 1월 카부기공제회가 출범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콜을 기다리면서 경쟁의식이 있었는데 카부기공제회 활동으로 인간관계가 복원돼 서로 격려하고 소풍도 다녀오고 애경사를 챙기며 서로 나누는 공동체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보자기 공방 청아람을 운영하는 정아영 ‘안녕,공예’ 대표도 “노동법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1인 프리랜서들은 정보를 얻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공동체의 소속감이나 안정감을 느끼기 어려워 외로움과 소외감이 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800여명 공예강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모임인 ‘안녕,공예’를 만들어 공동전시와 나눔활동을 했다. 또 한국노동공제회와 협업으로 공예강사에게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템플릿 개발, 변호사 자문으로 공예강사에 맞는 표준계약서 개발, 강사처우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원받았다.

정 대표는 “국가적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공제활동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고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주체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22년차 활동 중인 박선영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교섭을 통해 노동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방송작가들이 생활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풀빵과 함께했다”며 “프로그램 종료나 불방 결방 등으로 수입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풀빵의 소액대출을 이용해 급한 생활비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공제회 회원인 조아라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불안정 노동자는 불규칙한 수입으로 목돈 마련하기가 어려운데 한국노동공제회의 자산형성지원사업으로 20만원 적금에 대해 20% 응원금을 받을 수 있어 3년 만기 시 850만원이 넘는 금액을 받게 된다”면서 “자기 이해와 대인관계, 선호직무와 업무처리 방식을 알려주는 개인성향분석검사(버크만진단)에도 참여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수호 풀빵 상임이사장은 “불안정 노동자는 노동조건 확보가 매우 힘들어 임금을 비롯한 처우와 복지가 매우 열악할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 등의 안전망으로부터도 소외돼 있다”며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불안정 노동자의 자조적 복지와 노동공제 활성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동만 한국노동공제회 이사장은 “산업구조가 크게 변하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안정 노동자가 많이 증가했다”며 “노동공제운동으로 회원들이 경쟁자에서 동료가 됐고 그 힘으로 금융 의료 복지 상조 등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공제운동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초기 재원마련이나 공적기금 지원 등 사회적 부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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