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볼모’로 한 한덕수의 베팅…단일화도 진통 예상
내란 사태 및 국정 수습 책임 외면한 채 대선 출마
김문수·한동훈 후보 “본인 중심 단일화 협상” 주장
내란 사태 이후 혼란스러운 국정을 수습하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강조해왔던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끝내 대선 출마를 선택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로서 12.3 내란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 전 대행의 결정에 정당성 없는 사욕을 채우기 위한 행보라는 비판이 거세다.
한 전 대행은 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로 개헌 △통상해결 △국민동행을 공약을 발표하며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우리 국민의 선택을 받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라와 국민의 미래가 아니라, 개인과 진영의 이익을 좇는 정치싸움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민생도, 경제도, 외교도, 개혁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개헌 관련해서는 취임 첫해에 개헌안 마련, 2년차에 개헌 완료, 3년차에 새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 실시 후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행은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국민들이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하시되, 저는 견제와 균형, 즉, 분권이라는 핵심 방향만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통상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제부총리, 국무총리에 이어 주미대사를 지내며 수많은 통상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면서 “이 일을 가장 오래 해온 사람이고 가장 잘할 사람이라고 자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동안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내란 사태 책임을 같이 하는 2인자로서, 출마의 명분은 떨어진다. 게다가 자신의 내란 재판 방탄을 위한 출마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그동안 권한대행의 자리에 있으면서 했던 행보는 ‘관권 선거’로 의심받고 있으며, 공정한 대선 관리를 책임져야 할 책임자가 선수로 등판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반인 상식으로 볼 때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같은날 조승래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3년 내내 윤석열의 총리로 부역하며 나라를 망치고 경제를 파탄낸 사람이 대한민국의 ‘도전과 위기’를 해결하겠다니 어처구니 없다”면서 “당장 맡고 있는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기는커녕 제 탐욕을 채우는 데 이용하고 국익마저 팔아먹으려 한 자가, 도대체 무슨 책임을 더 지겠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덕수 총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설 때가 아니다”라면서 “내란 부역과 대선 간보기 과정에서 벌인 온갖 불법에 대한 책임부터 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곧장 범보수 빅텐트의 단일 후보로 올라설지도 미지수다. 범보수 진영에서는 국민의힘 경선 최종후보와 한 전 대행의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토론회를 통한 원샷 경선, 담판을 통한 단일화 등 단일화 방식을 두고 후보간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김문수 한동훈 2명의 후보를 두고 경선을 진행 중이며 최종후보는 3일 결정된다. 양 후보 모두 한덕수 전 대행과의 단일화 협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문수 캠프의 김재원 총괄선대본부장은 2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다면 그분의 의사도 물어보고 그분도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어찌 됐든 이런 모든 것은 보수 단일제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고 그 중심에는 국민의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김 본부장은 “김문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공직선거법상의 명시적인 국민의힘 후보이기 때문에 국민의힘과 함께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자기희생적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그 결단을 통해서 단일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견도 들어보지만 그 중심에는 김문수 후보가 주도하는 그런 단일화 협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한덕수 전 대행과의 단일화를 언급해온 김 후보와 달리, 한동훈 후보가 최종 후보로 압축될 경우 단일화 논의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한 후보는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권한과의 단일화 요구에 대해 “어떤 분들에게는 지금 목표가 대선 승리가 아니라 자기들 기득권 유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선 경선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대선 경선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저런 언행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는 “저는 국민의힘의 승리를 목표로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가 승리한 이후에 어떤 정치 세력이든 누구와도 힘을 합칠 것이다. 적극적으로 저를 중심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