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발언’ 유죄 판단…최종 양형 관심
대법, 유죄 취지 파기 환송 … ‘표현의 의미·허위사실’ 기준 제시
6.3 선거 전 양형 확정 어려워 … 당선될 경우 ‘불소추특권’ 논란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양형이 얼마나 나올지 관심을 끈다. 벌금 100만원 이상 확정 판결이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전에 나올 경우 이 후보는 출마 자격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6.3 대선까지 한달 밖에 남지 않아서 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이 후보가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중단 여부와 관련된 헌법 84조 ‘불소추특권’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대법관 12명 중 10명, ‘골프발언’ 허위사실 판단 =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3명의 대법관 중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노태악 대법관의 회피신청으로 조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2명이 심리에 참여했다. 이 중 10명(조희대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 노경필 박영재 이숙연 마용주)이 유죄 취지의 판단을 내렸고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이 반대 의견을 내놨다.
쟁점이 된 발언은 총 3가지다.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 발언 중 이른바 ‘골프 발언’과 ‘성남시 재직 때 알지 못했다’는 발언, 백현동 용도 변경에 ‘국토교통부 협박이 있었다’는 발언이다.
1심은 이 중 골프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과 같이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다수의견은 “골프는 장시간 함께한 사교적 교유 행위인 점을 비춰볼 때 피고인의 발언은 선거인 판단에 영향을 주는 독자적 주요한 사실”이라며 “골프를 친 것은 사실이므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후보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방송에 출연해 김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해명하며 ‘국민의힘에서 전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 골프를 친 것처럼 했던데, 조작한거죠’ 라는 발언을 했다. 이른바 ‘골프 발언’이다.
다수의견은 이 발언이 “선거인은 피고인인 김문기와 해외 출장은 갔지만 출장 중에 골프를 치진 않았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당시 김문기와 골프를 친 것은 맞고, 골프 발언은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므로 공직선거법(250조)상 처벌 대상이 되는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궁극적으로 6·7년 전에 있었던 피고인의 행위나 교유관계에 관한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다”며 ‘국민의힘에서 공개한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큰 상황에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 발언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한다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고 김문기 처장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을 제외한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 처장을 알지 못했다’ 등 나머지 발언에 대해서는 인식의 차원이지 독자적인 허위 발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했다.
◆백현동 발언도 허위사실로 판단 =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한 판단도 다수의견(10명)과 반대의견(2명)으로 갈렸다.
다수의견은 역시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백현동 관련 발언 전부는 ‘국토부가 의무조항을 들어 용도지역 변경을 압박했다’ ‘국토부가 의무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므로 이같이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백현동 관련 발언의 내용은 모두 구체적인 과거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로서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 가능하다고 다수의견은 지적했다.
이런 판단을 토대로 다수의견은 백현동 관련 발언이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직 후보자가 자신에 대한 사실을 국민에게 허위 사실 공표하는 것을 일반 국민이 의견을 공표하는 정도와 똑같게 허용될 수는 없다”며 “공직선거법의 허위 사실 공표죄는 공직자에게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설명이 복합적으로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피고인의 주관적 평가도 혼재돼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두 대법관은 특히 “이처럼 형사처벌 여부가 문제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인 경우 원칙적으로 의견 또는 추상적 판단으로 보는 것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법원 판결례의 확고한 흐름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양형 확정 전 대선 출마 가능성 = 한편 파기환송된 이번 사건은 다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부가 배당돼 추가 양형심리를 거쳐 형량을 새로 결정하게 된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는 즉시 5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이 후보에게 적용되는 허위사실공표죄의 기본 양형은 징역 10개월 이하 또는 벌금 200만~800만원 사이로 최하 피선거권 박탈이다. 만약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거나 허위 사실 공표의 정도가 약한 경우 등의 감경 사유가 있으면 70만~300만원의 벌금형으로 내려간다. 반면 가중 사유가 많으면, 8개월~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만~1000만원의 벌금형으로 형이 무거워진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는데 ‘가중 처벌’ 범위에 해당한다.
법조계에서는 파기환송심에서도 이 후보가 기본 또는 가중 형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의 유죄 근거가 사실상 1심 재판부 논리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혐의를 일부 인정하며 ‘선거인에게 잘못된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6월 3일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이 후보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느냐다. 만약 대선 전에 판결이 확정되면 이 후보는 피선거권을 잃어 출마할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가 재상고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선 전 유죄 확정’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정 판결 전 이 후보가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이 중단되는지도 또 다른 변수다.
대통령 불소추특권은 헌법 84조에 명시된 권리로,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대선에서 이 후보가 당선된 뒤 계속 재판이 진행된 끝에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된다면 이 후보의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대통령직 상실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현재 이 후보는 선거법 사건 외에도 위증교사 사건과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4개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