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회사 과징금 부과 ‘제척기간’ 도입한다

2025-05-07 13:00:01 게재

금융위원회, 법규 위반 5년 지나면 부과 않는 방안 등 검토

현행 법률 ‘임직원 제재·과징금’ 기간 제한 없이 부과 가능

올해 초 키움증권 정기검사 제재 당시 논의 필요성 불거져

금융당국이 일정 기간이 지난 금융회사의 법규 위반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를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징금 부과에 대해 제척기간을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금융업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2021년 행정기본법 시행으로 행정청의 제재처분(인가·허가 정지·취소 등)에 대한 제척기간이 5년으로 설정된 것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제척기간은 당국이 처분을 할 수 있는 유효기간을 말한다. 소멸시효와 유사한 개념이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비롯해 은행법과 보험법, 자본시장법 등에 금융회사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제척기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법제화 등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입법 미비적인 측면이 있어서 제척기간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실무부서에서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징금 제척기간 문제는 올해 초 키움증권 정기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 논의 당시 불거졌다. 10년 가량 지난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이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소송 제기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작량감경(정상 참작해 감경)으로 그만큼의 과징금을 줄여줬다.

증선위 회의록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제428조 금투업자에 대한 과징금은 제척기간이 없고, 제척기간을 안 두는 논리가 원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입법 미비인 것인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증선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한 위원은 “사실 제척기간이 모든 것에 반드시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고 기간에 대해서도 입법적인 재량이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것이 문제가 됐을 때는 상대방이 소송을 하면서 그것에 대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다든지, 예를 들면 4~5년 정도야 괜찮겠습니다마는 10년 지난 일을 문제 삼았을 때는 리스크들이 있어서 법집행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한번 살펴보는 것은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증선위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고 금융업권법 전반에 명시돼 있지 않은 과징금 제척기간에 대한 도입 필요성을 확인했다. 다만 제척기간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는 지난 2020년 금융업권법 관련 5개 법률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자본시장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보험업법,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윤 의원은 “제재처분은 법령상 의무위반에 대해 불이익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형벌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법률에 시효 또는 제척기간을 두고 있는 형사처벌이나 과태료와는 달리 제재처분의 경우 제척기간을 두고 있지 않다”며 “행정청이 위반행위가 발생한 이후에 장기간에 걸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제재조치를 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저해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법률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법률개정안은 과징금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 조치에도 제척기간을 10년으로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위반행위로 인해 금융이용자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제척기간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조항을 뒀다.

당시 금융위는 “제재상대방의 법적안정성, 예측가능성 및 형평성 제고 등 측면에서 제척기간의 도입 필요성은 공감하나, 제척기간 및 기산점에 대해서는 ‘행정기본법’ 제정논의, 금융업권간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세부사항을 추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당시 5년의 제척기간을 규정한 행정기본법 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2021년 시행됐지만 금융관련 법률은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회사 임직원 제재에 대한 제척기간 도입 보다는 과징금 부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논의 과정에서 임직원 제재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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