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6개월 만에 1380원대에 출발
대만·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강세 영향
추가하락·1300원대 하향 안정화 ‘아직’
원달러환율이 6개월 만에 1380원대로 내려갔다. 연휴 전인 지난 2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05.3원과 비교하면 25원 정도 급락(원화 가치 강세)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격화로 원달러환율이 1484.1원까지 치솟았던 지난달 9일과 비교하면 104.1원 폭락한 가격이다. 원화 가치 급등은 대만·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강세 영향을 받았다. 다만 현재로는 원달러환율의 추가 하락과 1300원대 하향 안정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미중 관세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환율 변동성 커져 =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380원에 출발했다. 연휴 전인 지난 2일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인 1405.3원과 비교하면 25원 정도 급락(원화 가치 강세)한 것이다. 원 달러 환율이 1380원대에서 장을 출발한 것은 지난해 11월 8일(1386원)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 하락은 미국과 중국의 협상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이날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가 이번 주 후반 스위스에서 중국 측 수석 대표를 만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양국 간 “잠재적 협상의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중 양국의 협상 개시는 중국 위안화 통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장기화하면 위안화 가치를 절하(위안화 환율은 상승)해 관세 충격을 흡수하는 전략을 펴야 할 수도 있지만, 무역 협상이 조기에 마무리되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중국 위안화 가치 상승은 한국 원화 등 아시아 통화 동반 강세 요인이다.
◆대만 달러 폭등에 역외 원화 가치 80원 급등 = 연휴기간동안 원화 가치는 장중 80원이나 급등했다. 대만 달러 폭등의 영향이 컸다. 이번 대만 달러 가치 급등에는 미국-대만 무역 협상에서 대만 통화가치 절상 압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유입된 영향이 컸다. 이를 계기로 대만 통화가치가 급등하자 미국 자산을 대거 보유한 대만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환 헤지 수요가 가세하며 대만달러 가치 강세 폭이 확대된 것이다.
대만 정부가 지난 1일 트럼프와의 협상 결과로 자국 화폐 가치 절상을 용인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대만 달러화가 단기간내 9.2% 폭등했다(5/5 종가). 환율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되자 정부는 환율과 관련한 협상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만 달러화의 강세 기대감으로 급격한 외국 자본 유입과 대만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세는 이어졌다. 더불어 미국과 중국이 관세 협상에 본격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위안화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국내 외환시장 휴장으로 역외 달러-원은 대만 달러화와 위안화 등 주요 아시아 통화 가치 급등에 연동해 5% 가까이 하락했다. 연휴를 앞둔 지난 2일 국내 정규장에서 1440원에 급등 출발한 원달러환율은 장 후반부부터 급락하며 1405.3원에 마감했다. 역외 NDF 달러-원은 연휴 동안 급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5일 장중에는 1362원까지 레벨을 낮췄고, 6일에는 낙폭을 일부 되돌린 1380원 부근에서 등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도 대만 못지않게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 흑자 수혜를 누려온 만큼, 트럼프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해갈 수 없었다”며 “특히, 한국은 대만과 경제구조가 비슷하고 상대적으로 외환시장 규모가 크고, 원화가 간접 헤지 자산으로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만 달러 급락(가치 급등)과 맞물려 원달러환율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해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만달러 급등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기대에 따른 위안화 강세 및 그와 연동된 원화 등 아시아통화 강세, △대만과 미국의 관세 합의 가능성으로 인한 대만 달러 강세, △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달러화 약세, △ 대만 보험사 및 TSMC 등 기업들의 환 헤지 물량 출회와 같은 수급 요인 등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명확한 원인을 짚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통화 강세 일시적? = 최근 아시아 통화 초강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요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기대가 이를 초래하기는 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구체적인 협상과정이 불투명한 데다가, 트럼프의 영화 산업 및 의약품 관세 부과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달러화의 향방에 영향력을 행사할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8일(현지시간)에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5월 FOMC에서는 금리 동결이 유력한 가운데, 파월 의장은 지난 4월 중 연설과 유사하게, 관세 영향을 사후적으로 확인해 가면서 대응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달러 환율이 당장 추세적으로 급락을 지속하기보다 단기적으로 속도조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아시아간에 통화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인위적 통화가치 절상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 외환시장내 아시아 통화 절상 기대감 강화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의 추세적 절상이나 원화 가치의 대폭적 절상에는 한계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 급락 속도가 다소 빨라 보이나 크게 보면 제 갈 길 가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방적인 원화 약세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고평가 해소가 전망되며 한국 경상수급의 순환적 회복(FDI 유출 둔화 포함) 등은 지난 원화 약세 시기와 크게 다른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이번 원화 급등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