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이채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사회복지와 데이터 분석 융합해 소비자 심리 탐구했죠
채민씨가 진로로 고민할 때마다 방향을 잃지 않도록 나침반이 되어준 건 바로 책이다. 그가 읽고 탐구 활동에 참고했던 독서 목록과 빼곡하게 정리된 책 속 문장을 보니 비로소 독서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심화·융합 탐구 활동을 거쳐 소비자 분석 연구원이라는 꿈에 다다르기까지 채민씨의 여정을 따라가보자.
이채민 |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경북 포항중앙여고)
법·사회복지 거쳐 경영으로
채민씨는 고2 말에 경영학과로 마음을 굳히기까지 여러 번 진로 방향을 틀었다. 중학교 때는 영화에서처럼 열변을 토하는 법조인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사회과학 계열로 진로를 정하면서 사회복지에도 관심이 생겼다. 고2 2학기에 배웠던 <확률과 통계>는 최종 진로에 쐐기를 박게 도와줬다.
“마치 인문 계열과 자연 계열의 중간 지대에 있는 듯한 수업이었어요. 그때 소비자학과 교수님의 책을 읽었는데 데이터 분석을 좋아했던 저에게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이었어요. 자연스럽게 경영으로 길을 정했죠.”
1학년 때 사회복지,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덕분에 3학년 때는 오히려 심화 탐구를 하기가 수월했다. 대표적인 탐구 주제가 ‘고령화와 저출생 정책’이었다. 고2 <사회·문화> 시간에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를 읽고 일본을 거울삼아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의 해결 방안을 고민했던 탐구 활동을 3학년 ‘진로 심화 프로젝트’에서 심화시켜 우리나라와 일본의 고령화 정책을 비교 분석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나라여서인지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더라고요. 외국인 간병인 제도를 도입하거나 몸이 덜 불편한 어르신이 더 아픈 어르신을 챙기기도 하고, 낙상 사고가 많은 고령층이 침대를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게 돕는 로봇도 상용화됐어요. 상대적으로 여유 시간이 많은 어르신이 맞벌이 부부 대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요양원과 보육원을 결합한 시설도 있고요. 각 세대가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도화한 점이 인상 깊었어요.”
채민씨의 심화 탐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회복지 정책을 포항의 근대 역사 문화 거리를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와 융합하는 탐구 활동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포항 구룡포의 일본 적산 가옥 거리는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될 정도로 유명하지만 막상 관광객은 즐길 거리가 없어서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곳의 상권을 부활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스탬프 투어와 가옥 개조 사업을 기획해 교내 공모전에 응모했어요.”
2학년 때는 융합 주제 탐구 활동으로 우리나라의 쌀 소비량 감소 문제를 살폈다. 이 주제가 흥미로웠던 채민씨는 고2~3 동안 심화 탐구를 통해 미래의 식문화 변화까지 예측했다.
“2학년 때는 농업의 전반적인 현황만 조사했다면 3학년 <과학사> 수업에서는 더 나아가 간편식 산업과 가루 쌀 산업 등 농업 기술 발달과 식문화 변화의 연관성에 대해서 탐구했어요. 온라인 식재료 구매 서비스를 통해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 나가지 않아도 많은 정보를 토대로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진로 찾기의 마중물 된 <한국지리>의 상권·소비자 탐구
채민씨는 2학년 때 <한국지리>와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를 공부했고 3학년 때는 <세계지리>와 <세계사>를 이수했다. 수능 사회탐구 과목은 좋아했던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선택했다. 희망 진로인 상경 계열을 고려하면 <정치와 법>이나 <경제>를 배우고 싶었지만 학교에 개설되지 않아 최대한 타 과목과 경영을 엮어 탐구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했다.
책을 항상 가까이했던 습관은 여기서 빛을 발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했던 채민씨는 독서 후에 인상 깊은 구절을 메모해두고 틈틈이 확인하면서 탐구 주제를 떠올렸다. 주제를 정한 후에는 어떤 과목에서 어떤 탐구를 할지 고민했다.
그중 <한국지리>의 커피 전문점의 연평균 증감률 탐구는 나중에 이어지는 탐구 활동의 마중물과 다름없었다. 통계 지리 정보 서비스의 자료를 활용해 커피 전문점의 연평균 증감률을 조사했는데 커피 전문점의 분포와 유동 인구를 확인하면서 통계와 소비자 심리를 향한 관심과 함께 진로에 대한 확신도 커졌기 때문이다. <영어독해와 작문> 시간에 읽은 <트렌드 차이나>는 ‘소비자 분석 연구원’이라는 구체적인 꿈으로 이끌었다.
“중국 소비자를 소득과 자기·타인 지향성에 따라 VIP형, 트렌디형, 자기만족형 등 6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한 책이에요. 소비자를 세분화하면 보다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짤 수 있겠더라고요. 소비자 심리 분석에 흥미를 돋우는 계기가 됐어요.”
<수학과제탐구>에서는 사회과학 연구에서 사용하는 ‘베이지안 통계’를 탐구하며 소비자 분석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불확실한 주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때 많이 사용하는 통계법으로 사전 지식에 데이터를 추가하면서 가설 또한 수정해나가는 점이 특징이다.
“수학이나 과학처럼 정답이 없는 인문학 주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찾다가 알게 됐어요. 오히려 기존의 문헌 연구 방법보다 유연해서 매력적이더라고요. 고등학생이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면접에서 이 내용을 질문하셨어요. 열심히 공부한 내용인 만큼 자신 있게 대답했는데 다행히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습니다. (웃음)”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는 경영학전공과 글로벌테크노경영(GTM)전공으로 나뉜다. 채민씨는 경영학전공에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지원했지만 불합격했고, GTM전공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해 합격했다. GTM전공은 핀테크, 지식 재산, 프로그래밍, AI 등 기술과 관련된 교육과정이 중심이다. 요즘은 파이썬을 배우는 ‘기술정보개론’ 수업이 아주 재미있다고.
“상경 계열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법 분야의 수업을 추천해요. 대학 수업을 들어보니 소비자나기업 소송 사례에 법과 관련한 내용이 많이 언급되고 특히 전공 수업에 법 분야가 많이 언급되거든요. 또한 공동 교육과정은 다양한 탐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타 학교 학생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이니 꼭 활용해보길 바라요!”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