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하던 고추·배추 심기 기계화
밭농업 기계화율 67%인데 고추 정식 작업은 ‘0%’ … 농촌진흥청 휴립피복기 개발
밭농사 중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작물 중 하나인 고추와 배추의 심기 작업에도 기계화가 가능해진다. 특히 밭작물 재배는 파종과 아주심기(정식), 수확의 기계화율이 다른 공정보다 낮아 이 작업의 자동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기계작업 도입은 밭작물 생산에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밭농업 기계화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인 아주심기(정식)의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 고추·배추 겸용 정식기와 흙올림식 휴립피복기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밭작물 재배는 경운·정지, 파종·아주심기, 비닐 피복, 방제, 수확 등의 작업으로 이뤄진다. 이 중에서 파종·아주심기, 수확의 기계화율은 다른 작업 공정보다 낮은 편이다. 밭농업 기계화율은 67.0%로 이중 경운·정지는 100%지만 파종·정식은 18.2%, 수확은 42.9%에 불과했다. 아주심기는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들고 특히 노동 강도가 높다. 특히 고추와 배추의 아주심기 기계화율은 0%에 가깝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육묘산업과 연계한 고추·배추 겸용 정식기와 아주심기 전후 작업을 하나의 기계로 할 수 있는 흙올림식 휴립피복기를 개발했다.
고추·배추 겸용 정식기는 연약한 육묘를 다치지 않게 육묘판에서 뽑아 심는 농기계다. 기어만 바꾸면 고추에서 배추로, 배추에서 고추로 작물 전환이 가능해 연중 작업기 활용 일수가 2~3배 늘어난다.
기존에는 아주심기 전 두둑을 성형하고 점적호스를 설치한 후 비닐을 씌웠다. 아주심기 후에도 작물을 심었던 구덩이를 되메우는 작업을 해야 했다. 이번에 개발한 흙올림식 휴립피복기로는 이 작업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휴립피복기가 아주심기 전 작업으로 흙을 두둑 위에 올려놓으면 정식기가 아주심기를 하며 지나가면서 자동으로 구덩이가 되메워진다.
기계를 이용한 아주심기를 할 때는 여기에 맞는 육묘 생산기술도 필요하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민간 우수 육묘장과 협업해 모종 길이, 잎의 퍼짐, 뿌리 발달 등을 조절하는 등 정식기 이용에 적합한 육묘 생산기술도 개발했다.
이와 함께 국내 육묘산업과 연계한 기계 정식용 육묘판도 개발했다. 농촌진흥청은 이들 기술을 정식기와 함께 확대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4월 28일에는 산불피해 지역 중 하나인 경북 의성을 찾아 정식기를 이용해 고추 아주심기를 지원하기도 했다.
조용빈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장은 “날로 심각해지는 농촌 노동력 부족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밭농업 기계화가 절실하다”며 “앞으로 밭농업의 기계화는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농가 소득을 증대해 우리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한층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