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패닉, 과도한 건 아닐까"
밀켄 콘퍼런스서 투자자들 신중한 낙관론 … 주식시장 관세 발표 이전 가격 회복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2025 밀켄 인스티튜트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주요 투자자들과 기업인들은 당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중장기적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실제 자산운용사들의 투자 움직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
밀켄 인스티튜트 글로벌 콘퍼런스는 매년 세계 유력 투자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민간 글로벌 포럼으로, 경제·정책·기술·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고위급 대화의 장으로 꼽힌다.
올해로 28회째를 맞은 이번 회의에는 80개국에서 약 5000명의 참가자와 1000여명의 연사가 모였다. 이들 가운데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와 글로벌 기업 CEO, 정책 입안자, 과학자, 문화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도 연사로 참여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다수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장관이 최근 유화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점에 주목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미국 자본시장의 깊이와 유동성,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향후 인수합병(M&A)과 외국 자본 유입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우세했다.
하비 슈워츠 칼라일그룹 CEO는 “지금은 불확실성과 관망의 시기”라면서도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졌지만 시장 참여 의지는 여전하며, 투자자들은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미국을 글로벌 자본의 중심지로 확고히 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를 저평가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된 실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 감세, 규제완화는 서로 연결된 정책 패키지이며, 이는 미국 내 장기 투자를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경계하고 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고객들은 역풍에 대비 중”이라며 “투자 지출을 보류하는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은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관련 사모자본 수요도 줄었고, 사모대출업체들 역시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면서도 거래 건수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한 글로벌 대기업 임원은 “미국 무역 정책이 여전히 불투명하며, 이는 세계 무역 흐름뿐 아니라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장의 급등락을 오히려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 한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는 “분기 초 손실을 회복한 이후, 경기 침체 우려는 과장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가 열린 베벌리힐튼 호텔 현장에서는 씨티그룹 제인 프레이저 CEO, 헤지펀드 운용사 빌 애크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전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등이 칵테일 파티와 사적 만찬 등에서 활발히 교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불확실성이 짙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자처이며 그 위상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의 그룹 부사장 왈리드 알 무카라브 알 무하이리는 “우리는 이미 미국 자산 비중이 42%에 달하지만, 여전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이러한 기류는 감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는 최근 59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사모펀드를 성공적으로 조성했다. 1분기에만 유치한 자금 규모는 59억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부동산 사모펀드 전반의 자금 유입 규모도 올 1분기에 57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일부 언론 내부에서도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영국 경제학자 앤디 할데인은 “우리는 24시간 상시 비관론자가 되어버렸다”며, 고용지표 호조와 미·중 무역협상 재개 가능성, 금융시장 반등 등을 근거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공포가 역설적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룩필드의 임원 배런도 “사람들이 불안하고 확신이 없을수록 경쟁자는 줄어든다”며, 경쟁이 줄어든 시장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먼저 나서는 투자자들이 결국 가장 큰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영 양현승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