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45% 대중 관세 선제철회 없다”

2025-05-08 13:00:03 게재

통상협상 전 강경론 기싸움

베센트는 조율 여지 남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주중미국대사 취임식에서 부인 보니 퍼듀(오른쪽)와 함께 데이비드 퍼듀 전 미국 상원의원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선제적 양보 가능성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퍼듀 주중대사 선서식 행사에서 중국에 부과된 145% 고율 관세를 협상 유도 차원에서 철회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오는 1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통상 협상을 앞두고 나왔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다. 중국 측은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끈다. 이번 협상은 양국 갈등의 핵심인 관세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먼저 협상에 나섰다는 중국 측 주장에 대해 “그들이 우리가 먼저 시작했다고 말했나? 자기들 기록을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 중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1조달러(약 1390조원)를 잃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추진한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관세 면제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여지를 남겼다. 그는 “나는 관세를 간단하고 명확하게 유지하고 싶다. 너무 많은 면제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지만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품목에 한해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같은 날 스콧 베센트 장관은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 출석해 육아용품 등 생필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카시트와 같은 필수 품목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는 “관세는 무역 공정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구지만, 가계 부담을 고려한 조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중 협상에 대해 베센트 장관은 “협상은 10일에 시작되며, 현재로서는 진전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원칙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하며, 몇 개월 내 문서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졸속 타결보다는 구조적 합의를 우선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베센트 장관은 또 대중국 투자 제한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 투자를 악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색등이나 청색등은 만들 수 있지만 애매한 ‘황색 지대’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확한 기준을 통해 정책 혼선을 줄이겠다는 의지다.

관세 정책 전반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전략과 연결지었다.

그는 “무역, 감세, 규제 완화는 서로 맞물린 구조”라며 “이는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세를 영구화하는 것이 모든 미국인의 경제 기회를 넓히는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기선 제압’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관세라는 지렛대를 통해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필요 시 제한적인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는 본격적인 미중 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방어적이기보다 공세적 태도를 취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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